남북이 철도-도로 연결과 산림 복원에 필요한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로 '5·24' 조치가 발동된 이후 사실상 금기시 돼온 경제협력 분야로까지 남북 교류가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남북 간 철도-도로망 확충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뼈대를 마련하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관계 복원의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위해 우선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26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도로협력 분과회의는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산림협력 분과회의는 7월 4일에 열릴 예정이다.
세 차례 회의 모두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게 된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장성급 군사회담과 체육회담, 적십자 회담을 잇달아 열어 군사적 긴장완화와 체육 교류, 이산가족상봉 등 비경제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왔는데, 앞으로는 경협 문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중단됐던 개성-신의주간 철도 개보수와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개보수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반도를 횡으로 연결하는 서울~원산간 경원선 연결 문제도 다뤄질지 주목된다.
세로축인 경의선과 동해선을 가로로 연결하는 경원선 복원까지 완료돼야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핵심인 'H 프로젝트'의 뼈대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H프로젝트가 주축"이라며 "H프로젝트는 환(環)동해, 환황해, 접경지대 등 3대 경제협력 벨트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즉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에 개발하는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일단 철도와 도로 등 교통망이 연결돼야 가능하다.
이같은 무게감 때문인지 남북은 철도-도로 분과회의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남측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이 두 분과회의에 수석대표로 나서고, 북측도 철도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 도로는 박영호 국토환경보호성 부상이 각각 단장으로 나선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이를 무시하고 제재에 저촉되는 경협 사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힘들다.
철도와 도로 등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인력과 기자재 지원 등이 불가피한 데 이는 제재 위반사안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초기에는 북한 철도-도로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조사와 공동연구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역의 철도-도로망 실태 파악에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 복구도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강조하고 있는 현안이어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5년 '산림조성 10년 전망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따른 산림 복원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산하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까지 두고 북한의 산림 황폐화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준비해온 터라 남북 간 논의가 상당히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번 철도·도로·산림협력 분과회의를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방안을 충실하게 협의하고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