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후 진로를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28일 공개석상에서 폭발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는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지 않은 채, 언론에 노출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친박계에선 이른바 '박성중 메모 사건'을 고리로 비박계 복당파 김무성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했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론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까지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조기전대론'도 고개를 들었다. 지방선거 참패 후 2주가 넘어가고 있지만, 한국당은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겉잡을 수 없이 표류하는 모양새다.
공개 의총은 오후 3시부터 3시간 넘게 국회에서 이어졌다. 김 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서 당 쇄신에 매진하는 동시에 정책중심정당으로 면모를 갖추도록 하겠다"며 거듭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첫 발언자로 나선 정용기 의원부터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김 대행의 당 운영방식을 지적한 이후 비난성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새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일주일이면 된다. 새롭게 개혁과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자”고 주장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도 "김 대행은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며 "가치, 이념 다 바꾸자고 나오는데 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 역시 김 대행의 재신임에 대한 표결을 주장하며 압박했다. 홍 의원은 진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그게 도움이 된다. 아니면 분당이라도 하자"고까지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친박계는 김무성 의원의 탈당도 집단적으로 요구했다. 최근 김 의원이 참석한 복당파 모임에서 '박성중 메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계파 갈등이 초래됐고,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도 탈당을 했으니 갈등 해소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김태흠, 이장우, 성일종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폈고, 박대출 의원 역시 "계파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분들은 한걸음 비켜서서 백의종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는 당시 복당파 모임은 김 대행의 독단성을 지적하기 위한 자리였으며, 특정 계파의 책임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였다고 대응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과제는 비대위로 조속히 전환해 '당의 화합'을 꾀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김영우 의원은 "누구를 물러가라, 마라고 하면 끝이 없다"고 밝혔고, 황영철 의원 역시 "지금 이 시점에서 김 대행이 할 일은 훌륭한 비대위원장을 모셔 와서 선거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당을 쇄신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는 과거 일년여 동안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 1위를 했던 사람인데, 민주당이 김 전 대표를 죽였느냐"며 "내부에서 총질해서 죽인 것 아니냐"고 피해자론으로 친박계에 응수했다.
이 밖에도 김선동 의원은 "지금 이럴 바에야 조기 전당대회를 하는 게 낫다"고 했고, 심재철 의원 역시 당헌당규대로 조기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자며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