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 개월 전만 해도 대표팀 수비수 김영권을 향한 축구팬의 평가는 온통 비난 일색이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서 선보인 안정적인 경기력은 비난을 찬사로 바꿨다. 박종민기자
"사실 앞에서는 잘 안 보였는데 공이 천천히 다가오더라고요"
흔히 프로야구에서 타격감이 좋은 타자는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인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만큼 공을 치는 순간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 독일과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F조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2-0 승리의 결승골을 넣은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마찬가지였다.
조별예선 탈락으로 일찍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29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김영권은 득점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앞에서 공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골을 넣을 기회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는 점이다. 김영권은 "공이 천천히 다가왔다. 이걸 잡아야 하나 바로 때려야 되나 짧은 순간에 고민했지만 한번 잡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잡고 때렸다"고 짜릿했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김영권에 이어 쐐기골을 꽂은 손흥민(토트넘)도 "영권이 형이 골을 넣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면서 "VAR을 하려고 심판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우리들은 무조건 골이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신태용 감독 부임 초반 주장까지 맡았던 김영권이지만 부진한 경기력과 실언 논란으로 대표팀에 한동안 발탁되지 않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김영권은 당당히 실력으로 비난을 환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