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슈츠'에서 김지나 역을 맡은 배우 고성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영한 '슈츠'에서 완벽한 업무 처리 능력과 당당한 태도가 인상적인 패러리 걸(법률 보조원) 김지나 역을 맡은 고성희는 올해 햇수로 데뷔 6년차가 됐다. 박명랑 감독의 '분노의 윤리학'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7편, 영화 3편에 출연했다. 2015년 이후 약 2년간 공백이 있었던 걸 고려하면, 쉴 틈 없이 달려온 '다작 배우'다.
원래 바쁘게 일하는 걸 좋아하느냐고 묻자 "제 욕심이죠, 사실"이라며 웃는 그는, 어떤 기회가 있을 때 '달려드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아직 지치지 않았고, 또 요즘 가장 기쁨을 느끼는 곳이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딱히 쉴 생각이 없단다.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을 찾은 배우 고성희를 만났다. 힘들다는 이유로 연기라는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더 달려나갈 준비를 하는 고성희에게 '필요한 것'과 '떨쳐내야 할 것'을 물었다.
(노컷 인터뷰 ① '슈츠' 고성희 "분량 많지 않았지만 걸크러시 소화해 좋았다")일문일답 이어서.
▶ 2013년에 데뷔했는데 벌써 작품 수가 10개나 된다. 바쁘게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지.제 욕심이다, 사실. 오히려 회사에서는 자제시킬 정도다. 어떤 작품이나 예능이 들어왔는지 대표님께서 보시고 정리하는 편이다. 먼저 고민해 주시는데 제가 굉장히 달려든다. (웃음) 욕심이 사실 참 많다. 2년 공백기가 있었는데 복귀하면서 더더욱 (그런 마음이) 더더욱 커진 것 같다. 영화를 포함하면 네 작품을 연달아서 하고 있다. 아직도 지치지 않는다. 제가 요즘, 살면서 가장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일에 있어서 좀 더 여기에 몰입하고 싶다.
▶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2년 공백이 있었다.특별한 이유는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도 일을 연달아서 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주어진 감사한 기회에 비해서는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고 위축이 많이 돼 있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 제가 참 사랑하는 작품인데 굉장히 어려운 배역이었다. 마음을 그만큼 많이 주었던 작품인데 그때 유독 제 배역과 인간 고성희의 삶이 잘 분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좀 힘들어졌고 쉬겠다고 했다. 중간에 작품이 불발되기도 하면서 본의 아니게 공백이 좀 길어졌다.
고성희는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마지막으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다가, 2017년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복귀했다. 이후 tvN '마더', KBS2 '슈츠'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위쪽부터 '아름다운 나의 신부' 윤주영,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신희민, '마더'의 혜나 (사진=각 방송 캡처)
▶ 복귀하고 나서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마더'-'슈츠'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당분간은 좀 쉴 생각인가.제 개인적인 욕심은 쉬지 않는 것이다. (웃음) 작년에 찍은 영화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질문을 바꾸겠다. 쉴 때는 어떻게 보내나.작품 하면서 가끔 쉴 때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고 술 한 잔 마신다. 작품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최대한 여행을 가려고 하는 편이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많이 다니고 그 외에는 별로 하는 게 없다. 그냥 똑같다. 아, 스릴러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데뷔하고 난 후에는 자기계발서를 잘 안 보고,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본다. 거기에 몰입해 있느라 스트레스가 풀린다. 다른 분들과 똑같다. 영화 보고, 걸어 다니고, 한량처럼. (웃음)
▶ 그럼 책을 한두 권 추천해 줄 수 있는가.'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노희경 작가님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다. 어제(24일) 오랜만에 보고 싶은 책을 샀다. 작품 하느라 거의 책을 못 봤다.
▶ 고연우(박형식 분)가 김진아에게 "내가 회사 들어와서 한 발자국도 못 올라가고 있을 때 한 계단씩 올라가게 해 준 사람"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나.신인 시절 생각해 보면 '롤러코스터'라는 작품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하정우 감독님이나 함께했던 선배님들은 여전히 꾸준히 만나고 연락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배우 고성희가 아니라 제 인생, 일, 가족, 우정, 사랑 이 모든 것들을 진짜 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때 멤버들의 의미가 유독 크다.
고성희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이어 '슈츠'에서 두 번째로 법정 드라마를 경험했다. (사진=KBS 제공)
▶ 연기라는 길을 택하고 나서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는지.힘들어서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이걸 안 하면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혹은 이걸 그만두면 내가 뭘 하며 먹고 살 수 있을까 했다. 제가 선택한 이 직업은 많은 분들이 힘써주시는 거라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나. 가끔은 어렵고. 아직도 배워가고 있다. 제가 생각보다 조심성이 없어서, 제 십년지기, 15년 지기들과 시간 날 때마다 돌아다니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보낸다. 그걸 되게 행복해하고. (그런 것에) 조금 조심스러워져야 하는데.
▶ 현재 고성희에게 필요한 것과 떨쳐내야 할 것이 있다면.지금 현재, 저에게 필요한 건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쭉,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저의 끈기와 노력인 것 같다. 떨쳐내야 할 게 있다면… 음… 모든 선택을 하기에 앞서 하는 걱정, 불안함? 고민들? 전 그게 좀 많은 편이다. 뭘 선택할 때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 고민이 많아서. 그런 지점에서 스스로 대범해졌으면 좋겠다.
▶ 아까 일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했는데.
(그런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마더' 자영 역을 했을 땐 저 스스로를 많이 깨고 두려운 도전을 마무리한 뿌듯함,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쾌감이 있었다. '슈츠' 같은 경우는 '아, 연기하고 있는 동안 현장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를 알게 해 준 작품이다. 계속해서 일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는 게 새롭다.
▶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복귀 후 1년 반 동안 작품을 하면서 저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피드백을 되게 많이 받았다.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런 평가가) 사실 제가 가장 갈증을 느꼈던 지점인 것 같다. 이제는 주셨던 사랑에 제가 보답하면서, 좀 더 탄탄하게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싶다.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저 자신이.
배우 고성희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