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돌리란 말이야'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28일(현지 시각) 러시아월드컵 폴란드와 H조 최종전에서 후반 37분 교체투입되는 하세베 마코토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러시아=게티이미지/노컷뉴스)
러시아월드컵에서 희대의 무공격 축구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은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일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폴란드전이 끝나고 하루 뒤인 6월 29일 선수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폴란드와 최종전에서 막판 10여 분 동안 0 대 1로 지고 있음에도 공격하지 않고 수비진에서 볼을 돌려 논란을 빚었다.
같은 조의 세네갈도 콜롬비아에 0 대 1로 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가운데 니시노 감독의 지시 속에 벌어진 일이었다. 니시노 감독은 후반 37분 투입한 하세베 마코토를 통해 선수들에게 "이대로 끝나면 우리가 16강에 진출한다"면서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의 심한 반칙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세네갈과 승점과 골 득실, 다득점에서 같은 일본은 누적 경고가 적어 조별리그 순위를 가리는 다음 기준인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선 까닭. 결국 일본은 관중의 거센 야유 속에서도 꿋꿋하게 볼을 돌려 그대로 졌다. 세네갈도 같은 점수 차로 지면서 일본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전 세계 언론은 일본의 비겁한 축구에 맹비난을 가했다. 영국의 더선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경기였다"면서 "니시노 감독은 할복(hara kira)이 필요할 만큼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혹평했다. 일본 팬들조차 "16강에서 탈락했지만 독일을 꺾은 한국 축구가 부럽다"고 부끄럽게 여길 정도였다.
이에 대해 니시노 감독은 "본의는 아니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략이었다"면서 "선수들에게도 성장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라며 "다른 H조 경기 상황도 지켜봐야 했다. (야유를 받은) 선수들은 무척 어려웠을 테지만 (16강에 진출해) 앞으로도 강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해명했다.
비난을 받은 선수들에게도 사과했다. 니시노 감독은 29일 선수단 미팅에서 "여러분을 야유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 서게 했다"면서 "승리가 목표가 아닌, 지키는 축구를 하게 해 무척 죄송하다"고 밝혔다. 주장 하세베는 "모두 하나가 되는 분위기였다"면서 "무척 중요한 회의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과를 하고 나니 마음이 풀렸던 걸까. 니시노 감독은 30일 훈련을 마친 뒤 일본 취재진에게 "폴란드전에서 10분 동안 제대로 뛰지 않았으니 16강전에서는 그만큼 더 달릴 생각"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일본은 폴란드전에서 하세베, 가가와 신지, 이누이 다카시 등 주전 6명을 선발에서 뺐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
니시노 감독은 "우리도 16강전에는 전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연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은 일본이 오는 3일 오전 3시 벨기에와 16강전에서 꼼수 없이 8강에 진출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