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드루킹' 김동원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댓글조작에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위력를 검증하기 위해 '유시민 총리'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도 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2일 드루킹이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핵심회원 A씨에 따르면, 경공모 핵심 회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은 2016년 중순부터 '선플 운동'(선한 댓글달기)을 시작했다.
'선플 운동'은 회원 각자가 나눠서 일일이 손으로 댓글을 다는 작업이었기에 곧바로 한계가 드러났다. 따라서 이들은 효율성, 즉 댓글조작의 화력을 높이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1기 킹크랩'이다.
앞서 드루킹은 지난 5월 옥중편지에서 "2016년 10월 김경수 의원에게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이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A씨가 말한 '1기 킹크랩'은 드루킹이 언급한 '프로토타입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와 동일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드루킹 일당은 '1기 킹크랩'의 성능을 인터넷 상에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유시민 작가'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도 했다.
문제의 2016년 11월 8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태블릿PC건'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에 박 대통령은 탄핵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회추천 총리를 통한 내각구성안을 수용했다.
드루킹 일당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 '유시민 총리설'을 댓글로 올린 뒤 해당 댓글을 킹크랩을 이용해 순식간에 '베스트 댓글'로 만들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유시민 총리'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유시민 총리'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CBS노컷뉴스가 네이버 '검색어트렌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로 2016년 11월 8일 '유시민 총리'라는 검색어가 급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이를 계기로 경공모가 비록 기사를 쓸 수 없지만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조작해 얼마든지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드루킹 일당은 지난해 1월 미국 IT업체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한 '2기 킹크랩'을 만들었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대선 전 '2기 킹크랩'을 본격 투입해 댓글조작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지난 1월 17일과 18일 사이 2286개의 네이버 아이디(ID)를 활용해 뉴스기사 댓글에 대한 공감 또는 비공감을 184만여 차례 클릭한 혐의로 드루킹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규모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보고 압수물 분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드루킹 일당이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경찰과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1, 2기 킹크랩을 동원해 댓글조작의 전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