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문건(사진=국방부 제공)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사건 당시 유가족 동향을 분석하고, 수색종결을 위한 설득방안을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댓글사건 조사TF(이하 조사TF)가 2일 공개한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보고자료에서 실종자 11명의 가족들이 팽목항과 체육관에 상주하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 중 2명이 세월호 실종자 전원 수습을 강하게 주장하며 새로운 잠수기법 도입및 특정구역에 대한 수색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나머지 가족들은 온건한 편이지만 강경성향자 2명에 끌려다니고 있으며 온건한 성향자부터 개별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사 TF는 "정부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결과를 토대로 세월호 사건에 대응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 국방부 군 검찰단의 수사를 통해 기무사의 위법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TF는 다만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정해진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 작성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당시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대표 인물 2명에 대해서 자세히 분석했다.
기무사는 실종자 가족 대표에 대해 공사장 식당에 음료수를 납품하는 사업을 한다며 성향이 강경하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지대하다고 분석했고 또다른 1명에 대해서는 가족의 여론을 주도하면서 실질적인 대표자격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 대표에 대해서는 중도성향이라고 대책위 대변인에 대해서는 정의당 당원으로서 성향이 강경하고 과거 VIP(대통령)에 대한 비방글을 게시하고 VIP 면담시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분석했다.
기무사는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이라는 문건에서는 정부의 세월호 후속 조치와 관련해 "정부가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어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심지어 대정부 시위에 사용할 피켓과 개별 이용에 필요한 교통비와 희생자 조부모 요양병원 입원비마저 지원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안산과 진도주민들은 유가족들이 떼만 쓰면 정부에서 뭐든지 해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무사는 이어 "유가족 스스로 분별없는 요구를 하지 않도록 국민적 비난 여론을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전례로 남지 않도록 법 범위 외에 유가족 요구사항은 단호히 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사찰 문건(사진=국방부 제공)
국방부 댓글조사 TF가 기무사에 대해 가장 문제로 삼는 것은 직무범위를 넘어 유가족 등을 상대로 한 민간인 사찰이다.
향후 기무사가 누구의 지시로 이같은 사찰을 했느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들어 민간인 사찰과 정치개입 근절 등을 선언하며 스스로 개혁을 주창해온 기무사는 이날 조사TF의 발표로 또한번 타격을 입게됐다.
현재 논의 중인 국방개혁 2.0 과제 중 국방부 직할부대 조직개편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국방부 댓글사건 조사TF는 이날 2차로 연장된 활동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계기로 "과거 정부에 있었던 군의 정치적 개입과 같은 불미스런 행동을 차단하고 군의 정치 개입이 불가능하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