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조명균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통일농구대회 남측 방북단 단장 자격으로 3일 평양을 방문한다.
지난 2007년 12월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평양에서 열린 남북국방장관 수행원으로 방북한 지 11년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가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지 꼭 1년 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일 제가 단장으로 가는데 평양에서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개최된다"며 "이런 과정들을 거쳐 가을에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11년만의 방북 소감이나 평양에서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기상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조 장관 등 통일농구대회 방북단은 3일 오전 10시 정부 수송기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을 떠나 서해 직항로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조 장관의 방북은 남북통일농구대회를 계기로 이뤄지지만 남북관계 주무장관의 평양행인 만큼 농구대회 그 자체를 넘어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농구광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선 농구경기를 직접 관람하면서 조명균 장관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또 방북 기간이 오는 6일까지 3박 4일이나 되기 때문에 남북고위급회담 파트너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물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때 만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과도 접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통일농구대회 방북단 단장은 스포츠 교류임을 감안해 다른 인사로 내정됐다가 지난 주 정부 대책회의에서 조명균 장관이 맡는 것으로 최종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의 남북관계 움직임 등을 감안해 조명균 장관이 방북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이 구체화되고 이산가족 상봉 일정도 최종 조율되는 등 남북 간에 4·27 판문점 선언 이행 협의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 장관이 방북하는 게 모양새도 좋고, 필요할 경우 남북 간에 후속 협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조 장관의 방북과 관련해 "아무래도 가서 농구대회만 하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통일 농구대회를 의미있게 함께 하는 것이 목적인데, 물론 방북하면 다양한 계기에 북측 인사들과 만나 남북관계 현안이나 다른 사안도 논의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북미관계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 입장인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가 바람직하는 측면에서 북미관계 역시 속도감있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북미관계도 속도를 내야 대북 제재 해제 등을 통해 남북 간에 판문점 선언 이행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만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한 시점에 조명균 장관을 통해 청와대의 관련 메시지가 전달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