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이 남북 첩보물의 새 장을 연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3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공작'의 주역인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윤종빈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기부 공작원인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은 황정민은 여타 첩보물과 달리, 심리전 위주로 구성된 영화에 어려움을 느꼈다.
황정민은 이를 '구강 액션'이라고 칭하며 "첩보물이라고 하면 흔히 할리우드 영화처럼 육체적인 액션을 하는데 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모습을 담는다. 그런데 말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진실을 이야기하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가능한데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다. 관객들은 2차적으로 우리 속내나 감정을 알아야 하니까 중첩된 감정을 보여줘야 되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어려웠던 지점을 밝혔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을 맡은 주지훈 역시 "거의 모든 장면에서 속에 있는 말과 밖에 하는 말을 다르게 했다. 인물 여러 명이 이렇게 하다보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에 빠졌고,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의 조진웅은 벌써 윤종빈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이다.
조진웅은 윤종빈 감독에 대한 한없는 신뢰를 드러내며 "감독님의 세계관은 항상 매력적이다. 시나리오 읽기 전에 무슨 역할이냐고 물어봤더니 안기부 요원이라고 해서 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안기부 기획실장인 내가 보고서를 받는 느낌이라 소름이 끼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누구와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한 게 화가 나기도 했다. 더 곱씹어서 전달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미있는 이야기 속 긴장감, 묵직함, 그런 정공법으로 통용되는 이 영화만의 색깔이 있다. 촬영하면서 긴장한 건 처음이었는데 그런 긴장감을 직구처럼 받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이 느낀 '공작'의 매력포인트를 전했다.
(사진=영화 '공작' 스틸컷)
북한의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의 이성민은 스스로와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성민은 "나는 보통 나와 닮은 부분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재활용해서 연기 하는데 이번 캐릭터는 나와 너무 달랐다"면서 "그래서 연기할 때 극심하게 힘들어했다. 후반에 알고 보니 배우들 모두 그러고 있더라"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윤종빈 감독이 영화에 액션을 넣지 않은 까닭은 이 영화의 모티브가 엄연히 '실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액션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제외시킨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실화라서 액션을 넣을 수가 없었다. 사실 액션을 넣게 되면 관객들이 집중해 봐주면서 만드는 게 단순해지고, 기댈 구석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댈 구석이 없어서 고민을 하게 되더라"면서 "정공법으로 가자고 생각했고, 대화가 주는 긴장감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영화에는 액션이 없지만 대화 장면을 관객들이 액션처럼 느끼게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작'은 남북 고위층들의 뒤틀린 과거사를 재조명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윤종빈 감독은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 '공작'이 더욱 '필요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윤종빈 감독은 "지난 20년 간의 남북 관계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영화다. 냉전이 한참이었을 무렵부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려이 남북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트고, 현재의 한반도와 미래의 남북 관계,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첩보물의 형식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공존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라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작'은 오는 8월 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