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큰 눈을 뜨고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상위 포식자 '부엉이'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모임의 이름이 바로 부엉이이기 때문이다.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40여명으로 추산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20대 총선 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며 일부 친문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 이들은 최근에도 신입 회원을 받는 등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인 '문'은 영어로 발음하면 '달'(Moon)이 된다. 부엉이는 이런 달이 뜬 밤중에도 부엉이처럼 깨어서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은 모임명이다.
부엉이에 때 아닌 관심이 쏟아지자 소속 의원들은 단순한 친목모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면서 여타 다른 모임처럼 봉사활동을 하자거나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등의 얘기가 오간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해 대선에서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합심해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듯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모하자는 것은 여당의원으로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 소속이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돕겠다면 입법과 예산 등 의정활동을 통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면 된다.
그럼에도 현역 의원들이 따로 주기적으로 모여 문 대통령을 돕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면 이는 의원들 스스로가 당청 간 수평적인 관계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예속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한 친문 진영 의원은 "정권 창출에 기여했으니 이 정부가 잘 돼서 칭찬을 받든 잘 못해서 욕을 먹든 함께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며 오는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의 형성 과정에 기여했으니 이후 시행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했다.
이런 모임은 추후 또 하나의 계파 정치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강력한 권력자를 돕겠다는데 뜻을 모은 이들의 모습은 불과 2년 전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울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친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옛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부엉이 모임에 대한 소식을 접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늘 집권당은 대통령 권력에 너무 치중해 이를 위한 당 체제가 만들어지길 희망하는데 이는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당내 갈등으로 연결되는데 우리처럼 위험해 지고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부진했던 개혁 입법을 위해 연대를 하자며 다수의 정책 추진에서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정의당마저 부엉이의 결성 취지가 의심되고 그 이름 또한 부적절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 모임의 활동 목적과 결성 타이밍에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엇보다 해당 모임의 명칭에 부엉이를 사용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걱정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힘입어 정권을 교체했는데 권력자 중심의 구태 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무엇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다"며 "YS, DJ 등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2~30년 전으로 정치가 돌아간 것 같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