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는 부산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 기술창업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유망 기업에서 부산경제의 비전을 찾는 연속보도를 마련하고 있다. 오늘은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첨단 ICT기술을 크레인 충돌 방지 분야에 최초로 적용해 산업현장에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청년기업을 소개한다.[편집자주]
무스마의 크레인 충돌 위험 메시지 화면 (사진=무스마 제공)
◇ 최초 국산기술로 실현한 산업안전시스템, ㈜무스마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스타트업 ㈜무스마는 산업안전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구축하는 창업기업이다. 2016년 8월 회사를 설립해 이제 겨우 2년의 업력을 채운 신생 기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만큼은 심상치 않다.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제 6회 장영실 소프트웨어 벤처 포럼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7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현대중공업기술공모전' 우수상 수상에 이어 부산시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 지원 대상 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된 최초의 기업이다.
이어 올해는 '부산대표 창업기업'에 등극하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처럼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스마를 단기간에 스타 창업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기술은 '크레인 충돌방지 시스템'과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한 안전솔루션'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조선소나 건설현장의 크레인 충돌사고, 밀폐 사업장의 질식사고와 가스누출·폭발사고 등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산업안전 솔루션이다.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크레인은 지금껏 적절한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사고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해낼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던 데다, 무엇보다 비용부담 때문에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보다는 사후 처리에 급급한 관행과 인식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스마 신성일 대표는 "크레인 충돌 방지시스템의 핵심은 정밀한 측정과 정확한 사전 경고지만, 좀처럼 상용화하지 못한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한다. 충돌 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쓸데없이 알람만 많이 울려 작업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결국 경고음 자체를 무시하게 만들어 있으나마나한 장비가 되고 만다.
무스마의 크레인 충돌 방지 소프트웨어 (사진=무스마 제공)
기존의 충돌 경고 시스템은 자동차 충돌감지기와 같이 단순히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접근 감지식'이었다. 이는 산업용 크레인과 같이 규모가 크고 모양이 제각각인 장비에는 적용하기 힘든 방식이다. 많은 숫자의 센서를 촘촘히 달아야만 할 뿐 아니라, 기존 제품들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비 오는 날씨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오작동까지 일으켜 산업현장에서 쓸 수가 없었다.
무스마가 개발한 크레인 충돌방지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섰다. 크레인 간 무선통신으로 단순히 거리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크레인간 거리, 운동방향, 회전속도, 각도 등을 종합적을 판단해 실제 출동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크레인이 움직이는 구동부 모터에 센서를 설치해 크레인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시, 충돌 위기 상황을 사전알람으로 경고, 작업자에게 제때 충돌을 피도록 유도한다. 이론상의 데이터가 아닌 대형 조선소에서 실제 사용 중인 크레인에 적용해 예측의 정확도를 실증해냈다.
앞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프랑스나 싱가포르 기술보다 한 단계 진화한 순수 국산기술이라는 점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주)무스마 신성일 대표 (사진=강동수 기자)
◇ 30대 청년의 열정, 비용 문제로 외면해온 산업안전을 실현하다 크레인 충돌 방지시스템에 적용한 사물인터넷과 무선통신기술은 밀폐공간의 저산소, 가스누출 감지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밀폐된 산업현장 안에서 모니터링 앱과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을 활용해 산소가 부족하거나 유해가스가 증가하는 상황, 가스폭발 위험을 원거리에 있는 사무실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사고로부터 작업자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
무스마가 개발한 IoT통신단말기는 조선소를 비롯한 광범위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 소모가 적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휴대전화나 무전기 등 각종 통신수단이 원활하지 않은 밀폐구역 작업 때, 사전에 설치해둔 센서가 보내오는 측정 정보로 위험 여부를 확인한다.
작업자가 직접 실내 대기 성분을 측정해보지 않고도 밀폐공간의 위험상황을 사전 알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무실 관리자가 컴퓨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전달받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작업을 지시할 수 있다.
무스마가 설치한 산업안전 통신망 장비 (사진=무스마 제공)
신성일 대표는 "우리가 만든 솔루션과 유사한 것은 있지만 굉장히 불편하고 정확도가 떨어지고 오차가 많으며, 특히 현장 관리자가 볼 수 없는 구조였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한 솔루션을 국내 기술기반으로 만든 것은 무스마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해외제품을 능가하는 기술, 이전에 없던 시스템을 만든 것은 신 대표 개인의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세계적인 조선소의 기술연구원이었던 그는 작업장에서 잇따른 사고들을 보며 안전관리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장에서 실증 실험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 창업에 나섰다.
현재 무스마를 이끄는 9명의 직원 모두가 30대 중·후반의 청년들로,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글로벌기업 출신들이다. 기술과 경영, 마케팅, 영업 등 각 분야에 걸쳐 경력을 쌓았고,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전문화된 인재들을 두루 갖췄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과감히 박차고 의기투합, 이제 갓 움트기 시작한 산업안전 시장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진 열정도 높이 살만하다.
◇ 산업현장에 확산되는 안전문화, 무스마가 이끈다
선박에 설치한 산업안전 통신망 (사진 = 무스마 제공)
무스마의 산업안전 솔루션은 정밀도와 정확도에서 기존 해외 제품을 앞설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신 대표는 "기존 해외제품의 크레인 충돌방지 시스템은 크레인 1대당 구축 비용이 2천만 원대에 달했는데, 이는 크레인 가격의 10%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산업현장의 크레인 가동율이 평균 40% 정도에 불과한 데다, 특히 건설현장의 크레인은 수시로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비용 문제는 사고예방시스템 도입에 최대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무스마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았다. 개별 장비마다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표준화된 안전관리 소프트웨어를 인터넷 웹에 올린 뒤,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크레인에 센서만 설치해 주면, 클라우드 서버에 업체가 직접 로그인해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임대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사업주들은 월 100만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무스마의 산업안전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용 크레인을 상시 구축하고 있는 조선소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는 건설현장에서도 큰 비용부담 없이 크레인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기술이 확산되면서 장비가격이 더 저렴해지고 있는 만큼 무스마의 솔루션도 산업현장에서 점점 더 쓸만한 가격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미 국내 굴지의 조선소와 대기업 건설사가 무스마의 시스템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조선소 건설 현장에도 진출했다.
최근 공사비에 안전관리비를 강제로 할당하도록 하는 등 안전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어 무스마의 안전관리솔루션을 도입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크레인 충돌 사고가 빈발하면서 올해 3월부터 산업현장의 모든 크레인에 카메라 장착을 의무화하고 충돌안전시스템을 확보하도록 법정 의무화되면서 시장 수요는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대표는 "최근에는 원청업체가 건설현장의 현장 관리를 직접 통제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어 무선통신망을 사용해 컴퓨터로 현장을 모니터할 수 있는 우리 제품에 대한 호응도도 커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산업안전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무스마는 창업 첫해 매출 4억원을 달성했고, 만 2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단숨에 10억원으로 매출 목표를 올려잡았다.
산업안전솔루션 전문기업 (주)무스마 사무실 (사진=강동수 기자)
◇ 산업 안전은 기본, 빅데이터로 효율성까지…무스마의 크레인 출동 방지시스템은 본래 목적인 안전 분야에 더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크레인의 각 부분별 움직임을 측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면서 축적하는 다양한 계측정보는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안전관리를 위해 가상 서버에 수집한 데이터로 '크레인 가동률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고, 에너지 절감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장비 교체나 고장 시점을 예고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안전관리를 넘어선 더 큰 비즈니스 모델이 무스마가 구축한 시스템에 내재된 것이다.
무스마는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에도 자신들의 솔루션을 적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친환경과 안전을 기준으로 조성하는 스마트시티의 건설단계부터 참여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한다는 생각이다.
지을 때부터 안전한 도시를 건립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후 건물관리에도 스마트시스템을 적용, 화재 감지와 누수 감지 등 다양한 도시안전 체계를 적용하는 모델이다. 산업안전 솔루션에서 출발한 무스마의 소프트웨어를 생활안전 분야로 넓힌다는 야심찬 계획이 실현될지 지켜볼 만하다.
무스마는 내년까지 국내시장을 집중 공략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특히 대규모 신도시 조성 붐이 일고 있는 동남아 건설현장에 무스마의 안전시스템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해당 지역은 조선과 건설 등 부산지역 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 고객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해외 진출 루트를 개척하는 무스마의 약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