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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1호 정책감사 '4대강',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노출

대통령실

    文정권 1호 정책감사 '4대강',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노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관련 부처 일렬종대
    대통령 의중이라는 이유로 우려 사안 '셀프 디펜스'
    靑 "문재인 정부는 물론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교훈으로 삼아야"

    자료사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1호 정책감사'로 실시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권 당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4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해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조율해야할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무를 방기했고,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홍수피혜 예방과 수질개선, 수자원 이용의 편익은 미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낙동강 수질악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직접 보트를 타고 양산 인근 낙동강 하류를 돌아볼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졸속 추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22일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감사를 전격 지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네 번째 감사가 시작됐고 감사 주체는 감사원이지만 환경부 차관 출신인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직접 나서 정책결정 과정 전반과 관련 부처의 집행 과정을 점검할 뜻을 내비치도 했다.

    당시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정합성, 통일성, 균형성에서 얻어야할 교훈을 찾겠다"며 "물론 명백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면서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수자원 확보와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했는지, 또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 정부 정책이라도 절차적 민주성을 지켜야한다는 교훈으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감사에서는 정부 내 균형과 견제 기능이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로 어떻게 무너져내렸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와 환경부는 4대강 사업 추진이 이 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사업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방관했고, 환영영양평가 등 관련 절차도 단축하면서 부실사업 추진에 동조했다.

    국토부는 2009년 2월 준설과 보 규모, 수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한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지만, 당시 정종환 장관은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다.

    대신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고 보고했다. 또 “3~4m만 추가로 준설하면 대운하 추진이 가능하다”, "우선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운하는 별도 사업으로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하며 대통령 의중 헤아리기에 전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 전 대통령은 국토부 보고를 받은 뒤 최소 수심을 3~4m로, 이튿날에는 4~5m로 설정하라고 지시하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국토부는 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낙동강 최소 수심을 6m로 하고 물그릇을 4억9000톤에서 8억톤으로 늘리라는 '깨알같은' 지시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개선 효과를 분석해야하는 환경부는 2009년 3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 발생 등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오히려 환경부에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해 달라"는 지시를 내렸고, 환경부는 이후 보고서 문안에서 조류와 관련된 문안을 아예 삭제하거나 순화해 표현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따랐다.

    환경부는 2009년 5월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수질개선 대책을 시행해도 4대강 사업 후 16개 보 구간 중 9곳에서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받았지만, 환경부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이 없거나 조류문제를 보고해도 이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공론화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4대강 감사에서 공무원들의 법령·규정 위반 항목을 발견했지만,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의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징계시효가 지난 데다 의사결정을 진행했던 장·차관 등 고위직도 모두 퇴직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공언한 대로 대형 국책사업 추진에 있어 견제와 균형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관련 부처가 향후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삼아야할 분명한 교훈은 얻게됐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 지도 여실히 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며 "문재인 정부는 물론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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