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4대강 감사 결과는 5년 전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제기했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시 말해, 이번 감사는 5년 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MB정부의 비위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있다가 정권이 바뀐 후에야 감사원이 이전 자료를 '재탕'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3차례나 감사를 진행했던 감사원에 '엉터리 감사'란 비판과 함께 정권 맞춤형 감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네 번째 4대강 감사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질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내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보의 최대 수심을 5~6m 깊이로 굴착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핵심중 하나였다.
하지만 4차 감사결과는 이미 2013년 7월 3차 감사 결과 발표 직후인 10월에 민주당이 감사 결과를 비판하면서 제기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13년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이미경·임내현·윤후덕·박수현 의원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수심 5~6m 굴착 작업을 직접 지시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가 2013년 10월에 공개한 문건. (사진=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제공)
또 수자원 확보 및 수질개선의 효과가 없다는 국토부 자료가 존재했음에도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부쳤다는 문건도 발표했다.
당시 공개된 '4대강 종합정비관련 균형위 상정안건 VIP 사전보고 결과 보고' 문건에는 'VIP 말씀사항'으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MB가 수심 5~6m로 굴착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선명한 국토부 내부 문건.
또 공개된 국토부 문건에는 "상수원 활용 곤란", "수질악화 우려", "수자원확보의 근본 대안 안되며" 등 4대강 사업의 추진배경으로 MB정부가 홍보한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이 나와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사업 종료 뒤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고, △지난해 5월 대통령비서실 차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필요성을 제기한 점, △4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정책 결정·집행, 수질 악화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점 등을 고려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과는 세간에 어느정도 알려진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이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됐던 세 차례의 감사원 결과가 부실했고, 2013년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이번 감사가 결과적으로 2013년에 문제제기했던 민주당의 입장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는 정권 입맛에 맞는 감사결과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이번 감사를 통해 더 이상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써가며 4대강을 둘러싼 무수한 의혹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하지만 '엉터리 감사'의 역사만 되풀이 해온 감사원이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추락한 감사원의 권위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