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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스토리] 김경수 도지사가 K5 앞자리에 탔던 이유

정치 일반

    [노컷스토리] 김경수 도지사가 K5 앞자리에 탔던 이유

    숫자 좋아하는 지독한 실용주의자

    이 기사의 배경
    '보수의 심장' 경남에서 진보진영 출신으로는 처음 도지사에 당선된 김경수. '드루킹' 논란과 함께 김경수 도지사의 인지도는 급상승했지만 사실 우리들은 아직 김경수란 인물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정치인 김경수,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당선인 신분 마지막 하루를 관찰해 봤습니다.


    28일 밤 10시.

    "죄송하지만 당선인께서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모습은 공개하길 꺼리십니다. 그냥 내일 아침 9시 공개 일정부터 취재하는 것으로 하시죠"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현 도지사) 측 공보팀장이 자택 출‧퇴근 취재가 어렵다고 알려왔다. 머릿속에 그렸던 기사 방향이 뒤엉켰다.

    '별거 아닌데'

    김경수 당선인이 너무 깐깐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조바심이 났다. 취재를 위해 김경수 공보팀장과 스무번 가까이 연락을 주고 받았다. 대중이 잘 모르는 정치인 김경수를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김 당선인은 취재 시작 전 이미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백팩을 메고 신발끈을 묶는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

     


    29일 오전 9시 15분.

    경남 김해의 한 공장 앞은 회사 관계자로 분주했다. 김 당선인의 마지막 공개일정이기도 했다.

    "당선인은 어떤 차를 타고 오시나요?"

    먼저 현장에 나와 있는 김 당선인 측 사람에게 물었다. 사전정보가 없어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중요했다.

    "흰색 K5입니다"

    "K5요?"

    "네. 사실 당선인께서 의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도 운전하는 수행비서 한 명과 오고 있을 거예요"

    뜻밖이었다. 당선인 신분이라지만 조금 더 큰 차를 탈 것 같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K5라고? 도지사가?"

    K5를 타고 온다는 말에 공장 관계자들도 술렁거렸다.

    잠시 후 증명이라도 하듯 흰색 K5 차량이 들어섰다. 조수석에서 안경을 쓴 남성이 직접 문을 열고 내렸다. 김 당선인이었다.

    K5 보조석에서 직접 문을 열고 내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현 경남도지사).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청하며 두 손으로 안수를 건넸다. 덕분에 회의실로 가는 길은 여유로웠다.

    회사 측에서 30분가량 설명을 한 뒤 김 당선인과 관계자들 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초점은 경남의 일자리와 경제였다. 예비 도지사는 이미 관련 분야의 예산, 통계 등 숫자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준비된 자료와 별도로 자기 생각을 적어가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말을 할 때 손짓을 많이 썼다.

    김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관계자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잠깐 정치인이 방문하고 사진을 찍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당선인은 그보다 대화를 원했다. 관계자도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토로하며 예비 지사와 실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럼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가 궁금한데요"
    "진짜 마지막 질문"

    김 당선인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간담회는 예상한 것보다 30분이나 늘어났다. 결국 대변인이 다가가 귓속말로 시간을 알린 뒤에야 간담회가 끝났다.

    경남의 한 기업체를 방문해 간담회 중인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 김 지사는 대화 때 손동작을 많이 사용하며 간담회 시간을 길게 갖는 것으로 유명했다.

     


    "원래 저런 스타일입니까?

    다음 일정 때문에 초조해하는 당선인 측 박해준 비서에게 물었다. 박 비서는 국회의원시절부터 김 당선인과 함께했다.

    "당선인께서 토론회 시간을 길게 갖는 것은 익숙해요. 그래서 저희가 좀 힙듭니다"

    박 비서는 농담 삼아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김 당선인의 태도에 당황한 것은 공장 관계자였다. 이날 김 지사가 방문한 사업체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는 권오혁 이사는 김 지사와 간담회를 남다르게 생각했다.

    "김 당선인께서 스터디를 많이 한 뒤 실질적인 질문을 많이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있는 그대로의 현장 이야기를 대답했습니다. 단순히 정치인이 인사치레로 방문한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필기를 하면서 질의응답 중인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

     


    오전 10시 30분.

    일정대로라면 지금 창원 인수위 사무실에서 다음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아직 김해에 있었다. 인수위까진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공장 현장방문까지 마친 뒤에야 김 지사가 차에 올랐다. K5 보조석이었다.

    "같이 타고 가시겠습니까?"

    김 지사가 취재진에게 예정에도 없던 차량 동행을 제안했다. 흔히 말하는 뒷자리 상석에 앉았다. 원래는 김 지사가 메고 다니는 백팩 앉던(?) 자리였다. 차 안에는 서류와 옷가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왜 이 차를 타고 일정을 소화하는지 물었다.

    "아! 이건 임시입니다. 옆에 운전하는 수행비서 창림씨 차예요. 실용적인 것이 중요하지 의전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김 지사는 단출한 것을 선호했다. 그는 의전이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기를 체감하는 질문에는 "인기가 있는 게 아니고 하도 (드루킹 때문에) 두들겨 맞으니까 안쓰러워서 신경 써주시는 것 같습니다"며 겸손해했다.

    표준어를 쓰는 듯하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는 억양. 김 지사는 목소리는 낮았고 다소 느렸다.

    오이를 싫어하는 이야기, 과외 때 표준어를 쓰지 못해 학부모가 걱정한 이야기, 문과생이지만 수학을 좋아했던 이야기, 애처가인 자신의 연예 스토리 등 김 지사는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보조석에 탑승한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은 달리는 차 안에서도 손동작을 해가며 기자의 질문해 솔직하게 대답했다.

     


    조심스럽게 드루킹 논란과 출마 과정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개인 김경수로 보면 드루킹이 거리낄 것은 없는데 그 자체가 당이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의견을 모으니 출마해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이야기됐고요. 실제 그러는 게 맞고요"

    다소 민감하고 거북한 질문일 수 있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논란과 관련해서 당당했다. 앞서 김 지사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먼저 제안한 바 있다. 모든 것은 자신감에서 나왔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창원 도청 앞 인수위 사무실에 도착했다. 일정이 지체된 만큼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는 백팩을 메고 3층 사무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침 스트레칭과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바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이다.

    다시 차담이 이어졌다.

    한 팀이 가면 다시 한 팀이 들어왔다. 외부 오찬 약속과 오후 1시 라디오 방송 녹음 일정이 있었지만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후 12시 40분.

    김 지사는 외부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시간은 딱 10분이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김 지사는 라디오 방송국 녹음, TV 방송국 녹화방송의 일정을 소화했다. 인수위 사무실로 돌아올 때는 피곤해 보였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은 없었다. 선거기간도 아닌데 일정이 빡빡했다.

    "원래 점심을 먹고 잠깐 잠을 자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이 안 되네요"

    선거 이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는 그는 곧바로 경제혁신민생위 전체회의에 들어갔다.

    차담 일정이 길어지자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은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시간은 10분이었다.

     


    회의 참석을 준비하는 경남도청 김태문 미래융복합산업과장에게 새 도지사의 업무 스타일을 물었다.

    "제가 경남에서 민선 도지사님들을 다 모셔 봤거든요? 근데 진짜 다릅니다. 본인이 자료를 다 공부해 와서 꼼꼼하게 검토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어요"

    김 과장은 앞선 도지사들과 비교하며 예비 지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업무 방식에 만족감을 보였다.

    약 30명이 둥글게 마주 앉은 회의실 책상 위로 서류가 가득했다.

    김 당선인은 보고 받을 때마다 무언가를 적고 의견을 말했다. 지독할 만큼 숫자와 관련된 자료를 재차 확인했다.

    경제민생혁신위 전체회의 모습.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은 이날 회의에서 거의 모든 보고에 의견을 말했다.

     


    "지사님, 그 건에 관해서는 제가 한 말씀만 덧붙이겠습니다"
    "지사님, 이런 부분에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당선인과 생각의 차이가 있으면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했다. 그런다고 김 당선인이 불쾌해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회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오늘이 금요일이 마지막 정리는 주말밖에 없네요. 일단은 취임 전 정리해야 될 것은 마지막까지 정리 부탁드립니다. 그동안에 수고하셨고 남아있는 며칠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비 지사의 발언을 끝으로 회의가 끝났다.

    시계는 오후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 만찬 일정에 가기 위해 차에 타는 김경수 당선인(현 경남도지사). 김 당선인은 수행비서와 움직이면 늘 보조석에 앉았다.

     


    오후 7시

    김 당선인이 저녁 만찬 일정을 위해 인수위 사무실을 나섰다.

    운전하는 수행비서 외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는 K5 보조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

    "수고하세요. 고맙습니다"

    취재진에게 간단히 인사를 남기고 김 당선인을 태운 차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하루종일 따라 다닌 뒤에야 자택 출‧퇴근길 취재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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