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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인구순이 아니다. 이는 인구 14억명이 넘는 중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단 한 차례만 본선에 진출한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인구는 적지만 강력한 전력으로 조별리그를 넘어 녹아웃 방식의 토너먼트에 단골손님처럼 진출한 축구계 '작은 고추'들이 눈에 띈다.
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월드컵 역대 최다(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이 벨기에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브라질이 3위인 벨기에에 패한 것을 이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통산 5차례나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이 32년 전 4위에 올랐던 게 역대 최고 기록인 벨기에에 졌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크로아티아(랭킹 20위)가 덴마크(랭킹 12위)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고 준결승에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 스웨덴(랭킹 24위)이 스위스(랭킹 6위)를 16강에서 물리치고 준준결승에 진출한 것과 우루과이(랭킹 14위)가 3개 대회(2010년 4위·2014년 16강·2018년 8강) 연속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도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전을 펼친 스위스, 크로아티아, 덴마크, 스웨덴, 우루과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인구가 1천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축구만큼은 세계 최강 전력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벨기에도 인구는 1천100만명이지만 2억명이 넘는 대국인 '삼바축구' 브라질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이들 국가의 또 다른 공통점은 경제력, 축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인프라 투자로 집중된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인구 33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랭킹 22위)가 역대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사례만으로도 잘 설명된다.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는 혹독한 기후 탓에 실외 경기장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지만, 실내 경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축구를 발전시켰다.
청소년의 약물 남용과 흡연 및 알코올 중독률을 낮추는 차원에서 1990년대 후반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고, 스포츠 인구가 대폭 늘면서 전국민적으로 생활 체육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축구 발전으로 이어졌다. 인구 33만명에 불과해 우리나라 서울시의 도봉구와 비슷한 규모지만 아이슬란드에 축구전문 지도자만 600여명이 넘고, 축구장도 270개에 이를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인구 570만명 규모의 덴마크와 인구 980만명의 스웨덴 역시 전통의 유럽 강호다.
덴마크는 역대 월드컵에서 4차례나 16강에 진출했고, 그중 한 차례는 8강까지 올랐다. 또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스웨덴은 준우승 1차례(1958년), 3위 2차례(1950년·1994년), 4위 1차례(1938년)에 이를 정도로 꾸준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벨기에도 꾸준히 본선 진출에 성공하더니 황금세대를 앞세워 32년 만에 준결승에 합류했다.
이들 국가 역시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잘 갖춰진 축구 인프라를 발판으로 유소년 때부터 '진학'이 아닌 '즐거움'을 앞세워 기본기를 충분히 익힌 게 전통의 강호로 자리 잡은 비결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무엇이 축구 강국을 만드는가(What makes a country good at football)'라는 기사를 통해 ▲ 경제력 ▲ 축구의 관심과 인기 ▲ 인프라 투자 ▲ 유소년 축구 활성화 등을 축구 발전의 요인으로 꼽았다.
인구 340만명의 우루과이는 경제력에서 유럽 국가에 떨어지지만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기가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이끌었고, 이렇게 길러진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제대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