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임위원회를 이끄는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능력있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지도자, 동시에 한국 축구의 로드맵을 함께 만들 지도자를 차기 감독 후보로 꼽았다. 황진환기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끝으로 사실상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감독의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10여 명의 후보자를 간추려 우선순위를 결정한 뒤 9월 A매치를 신임 감독 체제로 치른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8월 중으로 감독 선임의 모든 과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멀게는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 하루 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을 급히 선임했던 스페인부터, 가깝게는 비슷하게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월드컵 본선 직전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한 일본까지 사실상 전 세계의 대부분 축구협회는 새 감독 모시기에 돌입했다.
스페인과 일본은 이에로 감독과 니시노 감독이 정식 감독이라기보다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 감독의 성격이 짙었다는 점에서 차기 감독 선임은 예정된 과정이다. 이 때문에 발 빠르게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을 밟고 있다. 스페인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일본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러시아월드컵 16강 탈락과 동시에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섰다. 스스로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 브라질 출신 루이스 필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시작으로 현재 자유의 몸인, 또는 자유의 몸이 유력한 많은 지도자가 자천, 타천으로 한국행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지도자를 데려온다는 분명한 목표를 밝힌 축구협회는 든든한 ‘실탄’도 마련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감독 32명의 평균 연봉이 15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축구협회가 마련한 연봉은 분명 평균 이상이다.
그럼에도 축구협회의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소식을 외신에 의존해 듣고 있다.
축구팬 사이에 차기 감독으로 어울리는 사실상의 1순위로 꼽혔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이 알제리 감독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소식도, 또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이나 루이스 판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등 세계적인 지도자의 한국행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 등 모두가 국내 관계자가 아닌 외신에 의해 국내에 전해지고 있다.
결국 축구협회는 9일 무분별한 외신 보도가 실제 감독 후보자와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취재진에 요청했을 정도다. 이를 통해 할릴호지치, 스콜라리 감독과의 협상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10여 명의 후보를 평가해 우선 협상 순위 3명 정도를 간추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감독선임위원장인 김판곤 부회장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목표다. 하지만 유능한 감독 자원은 한정적이고, 이들을 원하는 경쟁국이 많다는 점에서 축구협회의 발 빠른 결단과 협상이 필요하다.
신중한 선택은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기회를 주지만 자칫 고민이 길어질 경우 우선 협상 대상을 경쟁국에 뺏길 수도 있는 만큼 협상의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축구협회는 유능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경험했던 만큼 이번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떨어질 대로 떨어진 축구팬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