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권한대행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당 수습을 위한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추진 중인 가운데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지난 6일 아주대 이국종 교수를 직접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대위 준비위원회 업무에 대해 월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다. 준비위가 10일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본격 압축하는 등 인선 작업에 나섰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을 채택하기로 하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국민공모와 당내에서 추천받은 비대위원장 후보군 120여명을 10명 내외로 압축했다. 준비위는 오는 17일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12일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 후 이르면 이번 주말안에 비대위원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비대위가 완전히 구성될 때까지만 역할을 하기로 했던 김 권한대행이 준비위 소관인 비대위원장 후보군 접촉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박성중 메모’ 사건 당시 김 권한대행이 복당파 모임에 참석이 알려지면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이 격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김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비대위가 사실상 특정 계파의 이익을 반영하게 된다며 비대위를 반대해왔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 참석해 “(비대위원장 후보로) 이정미 전 재판관과 도올 김용옥 교수에 이어 이 교수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김 권한대행은 도대체 뭐하는 분이고, 왜 여기에 있는지부터 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당의 정체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모든 문제의 중심에 김 권한대행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복당파 소속 한 의원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권한대행은 자신이 현재 (당 내에서)타깃이 되고 있으면 자중을 해야 한다”며 “후보군이 있어도 안상수 준비위원장이 만나야지 왜 본인이 만나서 공격의 빌미를 주는 거냐”고 김 권한대행의 행보를 비판했다.
준비위가 비대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후보군의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학력과 경력 등만 공개하기로 한 ‘블라인드’ 방식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후보군 압축 작업이 이뤄지기도 전에 일부 인사들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아무나 대잔치’ 등으로 인선 작업이 희화화 논란이 휩싸인 바 있다. 정작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정을 ‘블라인드’로 진행하겠다는 것에 대해 준비위의 밀실 처리 의혹이 나오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심재철 의원은 ‘블라인드’ 방식에 대해 “결국 특정 계파가 원하는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뽑기 위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준비위가 후보군 압축 과정에서 내부 단속을 하지 못해 기밀이 유지 되지 못한 부분과 후보군 선정 과정이 희화화돼 비대위가 출범 전부터 힘이 빠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선임은 1, 2, 3순위 후보를 정한 후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며 “누구를 찍어 놓고 거론하다가 안 되면 후순위 사람에게 접촉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면 자칫 후보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비대위 구성 과정에 대해 “당을 수술하랬더니 진짜 의사를 부르고, 코믹한 친구를 부르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천막당사 때 만큼도 보여주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