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청와대 제공)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꺼내는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의 애로사항까지 직접 챙기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인도 순방 전 기자들에게 "마힌드라 회장과의 별도 회동은 없을 것이며 행사장에서 만날 가능성만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쌍용차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도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이번 인도 순방에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꺼낼지가 관심사였다.
별도 회동은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열린 '한·인도 CEO(최고경영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마인드라 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그것이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2011년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쌍용차를 인수했고 노사관계 등 여러 어려움 때문에 고통도 받았ㅈ지만 7년간 협력을 통해 기업은 매우 튼튼해졌고 매출도 3배 이상 상승했다"며 "지금까지 쌍용에 1조 4000억원 정도를 투자를 했는데, 앞으로 3~4년 내에 1조 4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또 "쌍용차가 위기를극복하고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쌍용차 노조의 지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문 대통령께서 지원을 해주신다면 쌍용차의 미래는 한국과 인도의 관계만큼이나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힌드라 회장의 답변은 해석의 문제로, 마힌드라 회장이 그 자리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이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마힌드라 회장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힌드라 그룹과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해나갈 것"이라며 "대통령이 한 번 말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 쌍용차 해고자들은 2015년 12월 해고자 복직 등 '4대 의제'를 놓고 6년여 만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현재 120명은 아직 복직되지 못한 채 서울과 평택 등지에서 집회를 열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자택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 가시기 전부터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갖고 있었다"며 "아마 마힌드라 그룹에도 그런 만남이 있을거라는 게 예고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뉴델리 인근의 삼성전자 노이다 신(新)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기살리기'에도 전념했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삼성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현지에서 별도로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장본인 중 한 사람으로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하루 일정을 따로 만들어 사드 보복으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자동차 충칭 공장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