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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독 살충제 유출…또 쓰러진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

사건/사고

    [단독] 유독 살충제 유출…또 쓰러진 대한항공 청소노동자들

    하청노동자 10여명 기내 청소중 소독장비 작동
    구토·어지러움 등 호소해 4명 병원 긴급 후송
    대한항공 내부 지침 어겨…"밸브 조작하다 사고"

    10일 새벽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근처 원격주기장에서 대한항공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객기를 청소하던 중 설치된 기화식 방역소독 장비에서 살충제가 유출됐다. (사진=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 제공)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소독용 살충제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내부에 있던 청소 노동자들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11일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0시 20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근처 원격주기장에 대기 중이던 한 여객기에 설치됐던 기화식 방역 소독장비에서 유독성 살충제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당시 여객기 내에 있던 하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10여명에게 별안간 액체 형태의 살충제가 뿌려졌다.

    특히 뒤쪽 밀폐된 공간에 있던 5명이 구토나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기체 밖으로 뛰어나오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1명은 따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노동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약이 쏟아져 나왔다"며 "답답하고, 속이 메스껍고, 눈이 따갑고, 직원들이 구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작업을 관리 감독하는 데스크에서 '기화소독'을 하기 전에 미리 들어가 청소를 하라고 해 전날 밤 11시 30분쯤부터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번 사고는 기내 청소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대한항공과 소독업체가 항공기 유지·정비에 관한 자체 지침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내부 지침상 기화소독용 장비는 노동자들이 기내에서 모두 빠져나간 뒤에 설치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기내에서 작업 중이던 사고 당시 장비가 반입된 것 자체가 절차를 어긴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비가 많이 와서 기내 소독 준비만 미리 해놓겠다는 하청업체의 요청이 있었다"며 "이를 허가한 게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장비 소리가 시끄럽다는 청소 노동자들의 요청으로 밸브를 조작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 기내 소독에 대한 절차가 엄격히 준수되도록 관리 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독업체 측은 "폭우가 내려 소독 작업 준비를 미리 하려다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추후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관리 감독과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5명이 기화식 방역소독을 마친 항공기 청소에 투입됐다가 몇 분 뒤 구토 증상과 함께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와 관련한 CBS노컷뉴스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질병 위험이 현저히 높다"며 대한항공 측에 보건진단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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