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변호사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대법원에서 제출한 자료의 분석과 함께 참고인조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11일 오후 2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민변 대응' 관련 문건의 실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사를 찾은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법관 사찰이나 재판거래 의혹도 모자라 대법원이 변호사 단체를 사찰하고 대응 문건을 만든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확보해 검찰에 넘긴 의혹 문건 410개중에는 '민변대응전략', '상고법원 입법추진관련 민변 대응전략' 등이 들어있다.
해당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당시 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민변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민변측은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의 대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었고, 주무부서까지 배치해 조지적으로 사찰하고 감시했다"며 "불법성이 현저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참고인 조사와 동시에 지난 6일부터 양승태사법부 시절 법원 관계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고 있다.
전날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판사 2명 등 모두 6명의 하드디스크 이미징(복제) 작업에도 들어갔다. 이미징 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디지털포렌식(하드에 남은 정보 복원)이 시작된다.
검찰은 또 이번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이 사용한 하드디스크 실물을 조만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PC는 이미 디가우징(정보 영구 삭제) 돼 포렌식 과정을 거쳐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원이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전산정보관리국, 인사총괄심의관실 소속 PC 하드디스크 등에 대해선 검찰에 임의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검찰의 강제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