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시도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송모씨 등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했다. 송씨 등 피해자들은 2015년 9월11일 1심에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여서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었다.
이에 곧바로 같은 달 법원행정처는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서 직무윤리 위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하급심이 대법 판결을 따라야 한다면 판례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테지만, 당시 행정처는 이를 '직무윤리 위반'으로 봤다.
위법성 여부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징계" 등 불이익을 검토한 부분이다. 해외 연수 중인 판사들에게 외국 법원의 징계 사례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은 자체조사에서 관련 문건의 생산부터 내용을 짚어가며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위법성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검찰은 이 의원 등 소송 관련자들을 통해 당시 경위를 파악하고 임 전 차장의 징계 검토 지시가 직권 남용 등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