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 49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하는 비중에서 주요국들을 압도적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한국보다 장시간 근로 비중이 훨씬 적지만 '과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근로시간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15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주 49시간 이상 장시간 일한 경우가 한국은 32.0%로 독보적으로 많다. 3명 중 1명 가까이가 과로다.
일본은 이 비중이 20.1%로 한국보다 훨씬 작다. 그러나 독일(9.3%), 이탈리아(9.9%), 미국(16.4%) 등에 비해서는 크다.
연간 평균 근로시간에서도 한국은 2천24시간으로 독보적이다.
일본은 1천71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천759시간) 수준이지만 정규직만 보면 2천42시간으로 늘어난다. 정규직 중심으로 장시간 근무 관행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OECD 평균(88.3%)에 불과한 배경에 이런 만성적인 장시간 근로가 일부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섰다.
주 40시간인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 근무한도를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규정했다. 종전에 법적 구속력 없이 기준만 고시했던 것을 법으로 만들고 처벌조항을 마련했다.
이는 내년 4월부터 적용된다. 중소기업은 1년, 운송·건설·의사 등은 5년 유예다. 연구개발업무는 제외된다.
갑자기 업무가 대폭 증가하는 예상 못 한 사정이 있을 때도 월 100시간, 2∼6개월 평균 80시간, 연 720시간을 한도로 뒀다.
월 60시간 이상 시간외 근로에 할증(50%) 임금 지급을 2023년 4월부터 중기에 확대 적용한다.
내년 4월부터 다양한 근무형태가 도입된다.
플렉스 타임제(출퇴근 시간을 근무자가 자유롭게 운용하는 제도)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애널리스트나 고소득 금융딜러 등 시간외 근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고도전문직 제도도 생긴다.
이번 개혁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포함된다.
동일 기업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불합리한 대우 격차를 금지하는 방안이 2020년 4월부터 적용된다. 중기는 1년 유예된다.
일본은 일자리가 비정규직 위주로 증가하는데 임금 격차는 큰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정규직 비중이 2005년 32.6%에서 지난해 37.3%로 확대됐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59.4%로, 프랑스(86.6%), 독일(72.1%)보다 크게 낮다.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은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임금 감소 등 부작용 우려도 있다고 한은은 전했다.
일본 정부와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다이와종합연구소 등은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고, 여가 확대로 소비지출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도 봤다.
반면 시간외 근무 감소가 근로자 임금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나 노동 생산성 향상이 충분치 않으면 인력부족이 심화한다는 지적이 닛세이기초연구소, 미즈호종합연구소, 요코하마은행종합연구소 등에서 나왔다.
한편으론 이 방안에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서 생색내기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고도 전문직 제도'는 장시간 근무와 과로사를 조장하는 제도라며 야권과 노동단체가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일본 참의원이 본회의를 열고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과 여권 성향 야당 일본유신회의 찬성 다수로 법안을 통과시킬 땐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상복 차림으로 영정을 들고 방청하며 반대 의사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