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판문점 회담이 열리는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미군 차량이 유엔깃발을 달고 임진강을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과 미국은 15일 6·25 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성급 회담을 했다.
정부 및 주한미군의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판문점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유해송환의 시기 및 송환방식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담이 하루로 끝날지 연장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측 대표단에는 공군 소장인 마이클 미니한 유엔군 사령부 참모장이, 북측 대표단에는 미국과 같은 급(별 2개·북한 계급상 중장)의 인민군 장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측 장성의 소속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KPA)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미국 측 회담 대표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주한미군 차량 3대가 오전 8시 20∼35분에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해 유엔 깃발을 단 뒤 판문점 쪽으로 향했다.
2009년 3월 개최 이후 열리지 않았던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이 9년 4개월 만에 열렸다. 미 공군 소장과 북한군 중장(우리의 소장)이 대표로 참석한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은 1998년부터 16차례 개최된 바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정전협정 준수 등의 문제가 주로 논의됐고, 미군 유해송환이 과거에 의제로 다뤄진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장성급 회담은 당초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송환 실무회담에 불참한 북한이 주한미군을 주축으로 편성된 유엔군사령부 측에 장성급 회담 개최를 제의하고 미국 측이 동의하면서 성사됐다. 당초 미국 측은 대령급 회담을 하려 했으나 급(級)을 높이자는 북한의 요구를 일단 받아들였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유해송환 문제만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유해송환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에서 모종의 요구를 하거나, 정전체제를 둘러싼 각종 현안을 협의할 후속 장성급 회담을 요구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군 유해송환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사항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제4항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군은 지난달 하순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는 데 쓰일 나무 상자 100여 개를 판문점으로 이송한 이후 차량에 실어놓은 채 JSA 유엔사 경비대 쪽에 대기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