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직 배분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여성 의원들이 여성 우대를 주장하며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상임위원장 자리를 기다리던 일부 3선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배분 원칙은 선수와 나이였는데, 이번에 여성 의원들이 여성 배려로 상임위원장직 두 자리를 요구하면서 조율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여성 배려도 좋지만 당직도 아닌 국회직에 대해 30%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원구성 협상에서 따낸 상임위원장 자리는 8자리인데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맡게 돼 있어 7자리를 배분하는데 다선 의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선수가 같으면 나이 순으로 배분하는 게 민주당의 전통적인 관례였다.
이에따라 4선인 안민석 의원이 상임위원장 1순위인데, 안 의원은 기획재정위원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 뒤로 노웅래, 민병두 의원 순으로 차례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여성 의원들 가운데 삼선 이상 의원은 이미 상임위원장을 거쳤다. 따라서 상임위원장을 여성 의원들에게 줄 경우 재선 의원들이 맡게 된다. 이 지점에서 남성 의원들, 특히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3선 의원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여성 재선의원들은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맡는 반면 남성 의원들은 3선임에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 A 의원은 "여성 의원들이 30%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남자된 게 죄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정한 선수/나이 기준에 맞지 않음에도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은 사례가 없지는 않다. 19대 국회에서 김영주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고, 김현미 의원은 국토부 장관으로 가기 전 20대 국회 전반기 1년 동안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여성 배려를 요구하는 여성 의원들의 요구도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재선 여성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을 선수나 나이 순으로 정하는 게 맞지만 여성에 대한 배려로 과거에도 여성가족위원회를 빼고도 여성 의원들이 한 자리씩 맡았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홍 원내대표는 여성 의원들의 요구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3선 남성 의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 재선 의원들이 일반 상임위 한 자리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직을 맡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