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에 등장한 독창적 신학이론인 민중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사회신학'의 도전을 보인 책이 출간했다. 대표적 민중교회 중 하나인 한백교회의 담임목사이자 한신대에서 '기독교와 인문학', '기독교윤리학'을 강의하는 이상철 씨가 쓴 <죽은 신의="" 인문학="">이다.
저자는 신학이 자족적이고 폐쇄적인 종교의 범주에 갇혀 있어서는 시대와 호흡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대의 인문정신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문제 제기는 인문학으로서의 신학, 신학으로서의 인문학이라는 '인문/신학'을 제안하는 데 이른다.
인문정신이 당연시되는 세계를 회의하고 따라서 세상과 불화하는 윤리적 태도(파국의 윤리)를 전제한다면, 신학의 언어는 기존의 인간 언어와 경험 세계를 뚫고 나가는 사유와 행위로서 한계에 다다른 시스템과 도그마(catastrophe로서의 파국)를 무효화하는 파국(apocalypse로서의 파국)을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파국'(破局)은 본래 신학의 수사이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와 한국 사회의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이면서, 윤리가 작동하는(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인문학과 신학('인문/신학')은 공히 (깨뜨려야 할) 세계의 파국이라는 목적을 공유하며, 서로를 보완하고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중시하는 기독교가 한국 현대사에서는 극우 개신교의 레드 콤플렉스·여성 차별·반동성애 등 타자를 적대하고 혐오하는 DNA를 심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음을 꼬집으며, 4가지 '파국의 윤리'(자기의 윤리, 타자의 윤리, 환대의 윤리, 실재의 윤리)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특히 3부 '비판과 성찰, 고백과 애도'에서 등장하는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시평(時評)이 인상적이다.
11장 '인문학 열풍의 아이러니'에서 인문학 열풍이 혹시 체제와의 야합은 아닌지를 성찰하고, 12장 '옥바라지 골목 철거를 둘러싼 서사'에서 도시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어떻게 인간성과 종교성의 파괴와 관련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비종교적 현상에서조차 '종교적인 것'의 의미가 자리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14장 '자살의 전회'에서는 기독교의 자살 이해에 대한 전복적 재해석(神正論에서 人正論으로의 전회)을 하고, 15장 '세월호, 바람 그리고 유령'에서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우리 곁에 머무는 영혼이 어떻게 새 세상의 도래를 가능하게 했는지를 되돌아보고 예시한다. <죽은 신의="" 인문학=""> / 이상철 지음 / 돌베개 / 380쪽 / 2만 원죽은>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