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병준(64) 국민대 명예교수는 보수진영으로선 발탁 인사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핵심과 부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이번에 진영을 달리하게 됐다.
1954년 경북 고령 출생으로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지난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함께 했던 인연을 계기로 노무현정부에 합류했다.
국민대 행정대학원장 재직 시 당시 노무현정부 인수위원회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을 거쳐 2004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던 2006년 당시 한나라당이 김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 취임 13일 만에 퇴임했다. 하지만 10년 뒤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지명하는 등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겪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 몸 담은 동안 행정도시와 부동산 정책 등 개혁적인 정책을 전면에서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현장감각을 겸비해 정책 추진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참여정부를 끝으로 정치 일선을 떠난 후에는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과 유권자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을 지속했다. 동시에 친박(친박근혜)계 함승희 전 의원이 만든 싱크탱크인 '포럼 오늘과 내일'의 정책연구원을 맡기도 했다.
진보, 보수 진영과 두루 가까운 독특한 이력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돈 속에서 이른바 '거국중립' 내각의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타협안으로 제시됐던 총리 인준 대신 여야가 국회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김 교수 카드는 용도 폐기됐었다.
이후 6‧13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올해 초부터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김 교수의 이름이 재차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전 대표가 직접 후보 영입에 착수했으나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홍정욱 전 의원, 황교안 전 총리 등과 함께 김 교수도 후보 자리를 고사했다.
김 교수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34일 만에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원장 후보로 내정돼 17일 오전 전국위원회 추인을 거쳤다. 김 교수로 차기 당권이 낙점되기까지 한국당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반복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김 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참여정부의 정책을 주도해온 분"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투철한 현실인식과 자기혁신인 만큼 김 교수가 혁신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선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의원들과도 교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와 비박계 등 계파의 구분을 넘어 두루 친한 장점이 있어 갈등의 일시 봉합의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비박계가 칼자루를 쥐고 인적 청산을 자휘할 전권형 비대위를 원하는 반면, 친박계는 연내 전당대회까지 임시적인 관리형 지도부를 원하고 있다.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 임기 등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이를 조율하는 것이 보수 개혁에 앞서 김 교수가 먼저 당면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