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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민화, 예술의 변두리에서 중심부로 오다

    20세기 초 서양화 기법들 민화에 녹아있어
    현대화랑에 이어 예술의전당 김세종민화컬렉션전 개최

    사진 = 조은정 기자

     

    "해외에서는 극찬을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민화가 천대받고 있습니다. 세계 보편적인 미의 의식으로 민화를 바라봐야 합니다" (김세종 민화 컬렉터)

    올여름 한국 미술계에서는 민화의 재발견이 한창이다. 17년간 민화 수집에 열중해온 김세종 컬렉터가 보유 작품들을 대거 내놓으면서 전시에 불이 붙었다.

    갤러리현대, 현대화랑에 화조도가 전시된데 이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18일부터 <판타지아 조선="">이라는 이름의 김세종민화컬렉션 전시가 시작됐다.

    민화는 19세기 부농의 등장과 시장경제의 발달, 신분체제의 해체로 인해 양반이 아닌 신흥 부유층들이 그림을 즐기면서 시작됐다. 고전주의 양식을 과감하게 깨는 개성있는 그림들이 출현했다.

    사진 = 조은정 기자

     

    민화에는 원근을 무시하는 역원근법, 디테일의 과감한 생략 및 추상 등 20세기 초반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기법들이 이미 발견된다.

    이데올로기나 규범에 갇혀있던 화가들이 일반 미술시장에 나오면서 한층 자유분방하고 추상적이기까지한 작품 세계를 펼쳐냈다.

    이번 <판타지아 조선=""> 전시에는 추상과 일탈,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는 민화작품들이 주제별로 70여점 전시돼 있다. 만화 캐릭터같은 재밌는 인물들이 배경에 실린 <화조인물도>나 현대적이며 단순한 터치가 돋보이는 <월매산도> 등이 눈에 띈다.

    사진 = 조은정 기자

     

    소설이나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구운몽도>와 <삼국지도>의 표현기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

    김세종 컬렉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민화들은 이미 수십년간 해외로 반입돼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 컬렉터는 "7,80년대 프랑스 대사관에서 이태원쪽에 용역을 줘서 괜찮은 민화 작품들을 30년간 쓸어갔고 일본 컬렉터들도 한국 민화를 많이 수집했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인정받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창고에 썩고 있고 전수조사 한번 해본 적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국을 돌며 각지에서 어렵게 작품들을 수집해온 그는 "민화도 어찌보면 100년밖에 안된 그림이다. 현대의 보편적인 미의 개념으로 민화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화의 예술성이나 작품 출처 논란 등을 떠나 국내 미술시장에서 천대받았던 민화가 최근들어 집중적으로 재평가되고,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채홍기 서예부장은 "서양 현대회화의 특성이 우리 민화에 이미 포함돼 있다"며 "민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굴이 이어질 것이다. 세계에서 우리 민화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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