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고등학교 3학년 내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서술형까지 족집게처럼 맞춘 예상문제지를 수상히 여긴 급우들의 진상규명 요구로 세상에 드러났다.
19일 광주시교육청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고3 수험생 A군이 엄마로부터 건네받은 이른바 '족보'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려준 것은 기말고사가 한창 진행중인 7∼8일께로 알려졌다.
이 학교 기말고사는 6일부터 10일까지 치러졌다.
정작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까지 고스란히 나오자 이를 의아스럽게 생각한 친구들은 시험이 모두 끝난 다음 날인 11일 A군에게 '족보'를 한번 보여달라고 채근했다.
급우들은 A군 가방에 들어있던 '족보' 문제가 기말고사 출제 문제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휴대전화로 '족보'를 촬영해 증거를 확보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시험문제 유출 의심 신고를 했다.
급우 18명이 이 과정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연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내용을 광주시교육청에 보고했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시험문제 유출을 공모하고 실행에 옮긴 학부모와 행정실장은 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된 12일 자수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시험문제 유출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는 학부모 부탁을 받은 행정실장이 교직원이 퇴근한 시간대를 노려 등사실 문을 따고 들어가 중간·기말시험 문제를 통째로 빼돌렸다.
학부모는 시험지 사본을 컴퓨터로 편집한 뒤 '족보'라면서 아들에게 건넸다.
돈거래, 학교 윗선의 개입, 외부인 조력 여부는 남은 수사가 밝혀낼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