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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통장서 피해자 돈 찾았다면 횡령"

법조

    대법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통장서 피해자 돈 찾았다면 횡령"

    사기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 인정…피해자 두텁게 보호 취지
    "계좌명의자, 사기 피해자에게 돌려줄 때까지 보관하고 있어야"
    부친상(喪)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 전원합의체 선고 직접 진행

    대법원 (사진=자료사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 통장을 넘겨준 명의자가 범죄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을 마음대로 찾아 사용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사기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의 전향적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전합은 19일 사기방조·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모(26)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계좌명의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 대포 통장에 송금된 사기 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사기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이를 마음대로 인출해 썼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떤 계좌에 계좌명의인과 송금인 사이에 법률 관계없이 돈이 송금된 경우 그 돈은 송금인에게 반환돼야 하므로 계좌명의인은 이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계좌명의자와 보이스피싱 조직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좌명의자와 사기범 사이의 관계에서 횡령죄를 인정하면 범행으로 이뤄진 송금과 이체된 돈을 범행을 저지른 사기범에 인정하는 결과가 돼 옳지 않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소영,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대법관은 대포통장을 넘겨받기로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계좌명의자는 대포통장 양수인과의 약정상 계좌에 들어온 돈을 그대로 보관하고 무단으로 인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 대법관은 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돈을 송금·이체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이미 성립되고 더는 그 돈을 (피해자가) 소유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와 계좌명의인 사이에 위탁 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희대 대법관은 횡령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진씨 등은 지난해 2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들 명의의 계좌를 넘겨주는 대가로 30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돈을 받지 못하자 통장에 들어온 피해금 613만원 중 300만원을 무단인출한 혐의(횡령)로 기소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넘긴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추가로 만들어 문자알림서비스를 신청해 돈이 입금되면 보이스피싱 조직원보다 먼저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 2심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금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가지지 않고, 진씨 등과 범죄 피해자 사이에 피해금에 대한 위탁관계가 성립할 수도 없다"며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해 진씨에게 징역 6개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대포통장 명의인에게 사기피해자를 위해 통장에 입금된 피해금을 그대로 보관해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횡령죄를 인정해 사기피해자를 보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부친상(喪) 중임에도 재판장으로 전합 선고 절차에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 부친인 고(故) 김종락씨는 지난 17일 오전 별세했다. 제헌절 행사에 참석 중이던 김 대법원장은 행사를 마치고 빈소가 마련된 부산으로 내려가 상주 역할을 맡았다.

    20일 오전 발인이 예정돼 있어 전합 선고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직접 참석해 재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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