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출품된 김환기(1913~1974)의 '새와 달'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15억8천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 작가가 본격적인 추상에 뛰어들기 한참 전인 1956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고액에 낙찰됐다.
김환기 열풍은 올 한해에도 미술시장을 흔들고 있다. 가격도, 영향력도 최고이다. 김환기 작품이 나와야 경매 규모가 커지고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경매회사에서는 귀한 6,70년대 점묘화 작품들 뿐 아니라 그의 초기작도 구하기 바쁘다. 대구미술관의 <김환기전>에 관람객이 대거 모일 만큼 대중들의 관심도 뜨겁다.
현재 국내 작가 중 가장 비싼 그림들은 김환기 작품이다. 경매 최고가 10점 중 6점이 김환기 작품이다.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72년작 붉은색 전면점화(254×202㎝)가 85억 3000만원에 낙찰돼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4월 케이옥션 서울경매에서 65억 5000만원을 기록한 푸른색 전면점화 '고요 5-IV-73 #310'(1973)의 기록을 깬 것. 올해 상반기 국내 9개 경매사의 거래액 1030억원 중 김환기 작품 낙찰액만 214억원을 차지했다.
미술계에서는 독주에 가까운 김환기 열풍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잇따른 최고가 경신으로 미술 시장의 파이가 커졌을 뿐 아니라 김환기라는 이름 석자가 국내 미술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옥션 손이천 차장은 "불과 몇년 전만해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김환기라는 이름이 생소했을 수도 있지만 연신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화제가 되면서 국내 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경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어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작가의 작품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고 있는 것도 미술계에서는 오랜만"이라며 "새롭게 미술품 경매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도 "김환기의 작품세계는 전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김환기가 뜨면 국내외적으로도 한국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가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대별로 개성이 뚜렷한 작품 세계, 공을 많이 들인 회화 기법, 특유의 서정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도 김환기 작품의 매력이다.
청년시절 일본 도쿄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국내 추상미술을 개척했던 김환기는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44세에 프랑스 파리로, 50세에는 뉴욕으로 떠나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미술의 메카로 향했던 그는 오히려 서양의 심장부 뉴욕에서 진정한 한국의 미, 동양의 미를 찾는데 몰두했다.
'환기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창기부터 신비로운 청색을 즐겨썼던 그는 막바지에 신비하고도 섬세한 점면점화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작품 세계가 절정에 이르게 된다.
미술계 관계자는 "김환기의 작품은 시대별로 개성이 뚜렷하고 예술에 대한 작가의 고뇌와 정성이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라며 "한창 작품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김환기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환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