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정치 일반

    '촌철살인 노회찬' 정치 역정 막을 내리다

    '사이다 화법'으로 주요 토론 등에서 대중들의 지지 얻은 인기 정치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 (사진=자료사진)

     

    노동운동가로 시작해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걸었던 노회찬 의원이 23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노회찬 의원은 일찍이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10월 유신에 반대하는 반독재 투쟁에 참여하는 등 시국에 깨어있는 학생이었다.

    그는 1979년 고려대 입학 후 조직화된 노동자가 앞장서야 근본적인 변혁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고려대학교 재학 중인 1982년 영등포 청소년 직업학교(현 서울산업정보학교)에서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 등을 따고 용접공으로 현장 노동자들 틈으로 섞여들어가, 이른바 '학출'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권영길 전 국회의원의 대선을 지원하는 것으로 본격 제도권 정치에 입문했다.

    노 의원은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뭇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인기 정치인으로도 유명했다.

    지난 2016년 탄핵정국 때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일명 '사이다' 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 예다.

    당시 노 의원은 "대한민국에 실세총리가 있었다면 최순실이다"라고 황교안 총리에게 일갈을 날렸다. 그러자 황교안 총리는 "그렇게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노의원은 "속단이 아니라 뒤늦게 깨달았다 이건 지(遲)단이다"고 맞받아치며 황교안 총리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대에
    나서자 그는 "정확한 얘기죠. 아니, 동네파출소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 동네 폭력배들이 싫어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발군의 토론실력을 보여줬다.

    탄핵정국 당시 노 의원은 JTBC '밤샘토론'에 출연해 상대 패널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를 외쳤던 양동안 명예교수와 설전을 벌였다. 양 명예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불의를 저질렀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의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아직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에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이 잘못한 게 확인이 안되는데 왜 시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학생이 학업을 내려놓고 광화문에 모이는가"라고 반문했다. 노회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왜 없나. 뭐가 미확인인가. 대통령이 미확인비행물체(UFO)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방송한 JTBC '신년토론회'에서는 김성태 의원과 적폐청산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던 중 "정권을 지지하는 희한한 야당이 다 있다"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하자 노 대표는 "그러니까 탄핵 당했지 이 사람아"라고 말해 좌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이러한 토론실력과 촌철살인의 화법을 바탕으로 JTBC정치 시사 프로그램 썰전에 유시민 작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그렇게 진보논객으로 승승장구하던 노회찬 의원은 일명 '드루킹' 김모 씨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7일 새벽 1시 5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긴급체포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와 이 돈 중 4190만 원을 돌려받은 것처럼 증거를 위조한 혐의(증거위조)가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노 원내대표가 (미국으로)출국 전 '드루킹 쪽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얘기들은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이야기이고 자신은 전혀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얘기하고 떠났다"며 이 같이 말하며 노 원내대표의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23일 노 의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주요 고비마다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던 대중정치인 노회찬의 인생역정은 62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