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사진=자료사진)
정치인 노회찬의 '말 한마디'는 때로는 비판의 대상을 웃음짓게 만들고, 그가 대변하려 했던 노동자와 서민들의 가슴을 데우기도 했다. '촌철살인' 네 글자가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이유다.
그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도 23일 "한편으로 아주 삭막한 우리 정치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이는 그런 면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유의 비유로 각종 논제를 관통했던 그의 말들을 모아봤다.
◇ "직장생활 30년 한 공로를 인정해 형을 경감한다는 판결봤나"노 의원은 지난 2005년 정치·경제인 특별사면 행태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3선 의원이므로 형을 경감한다? 한국경제에 이바지 한 바가 크므로 형을 낮춘다? 그럼 직장생활 30년 하다가 감호소에 들어간 사람을 재판할 때 '국가 경제를 위해 30년 동안 노동자로 일해왔기에, 지난 25년 동안 농사 짓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기에 형을 낮춘다'는 판결이 내려진 적이 있는가. 없잖느냐."
◇ "약속을 바꾸는 세상"2016년 박근혜 정부 공약파기 논란 속에선 박 전 대통령 대선 공약집 이름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언급하며 이 같이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 이름이 세상을 바꾸는 약속인데, 이 책을 다시 짓는다면 제목을 바꿔야 돼요. 약속을 바꾸는 세상."
◇ "속단 아니라 지단"같은 해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긴급현안질문에서 그는 "대한민국 실세 총리는 최순실이었다"며 황교안 국무총리를 압박했다. 이에 황 총리가 "속단하지 마시라"고 답하자 노 의원은 이 같이 되받았다. "속단이 아니라 저도 뒤늦게 깨달았다. 지단이다."
◇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인가"지난 1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놓고 '정치보복'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데 대해 노 의원은 "청소를 하는 것은 그냥 청소를 하는 것"이라며 "이걸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하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내"
2013년 '삼성X파일사건'을 폭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그는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 "암소갈비 뜯는 사람들, 불고기 먹으라 이거에요"그는 2004년 부유세 찬성입장을 이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옆에서 굶고 있는데 암소갈비 뜯어도 됩니까? 암소갈비 뜯는 사람들, 불고기 먹으라 이거에요. 그럼 옆에 있는 사람, 라면 먹을 수 있다 이거에요. 굶는 사람."
◇ "50년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우면…"17대 총선 때 그가 내놓은 '판갈이론'은 그를 화제의 중심으로 옮겨놓았다.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