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에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당내 정책 토론회에 잇따라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내놨다.
그는 이날 당 정책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경제문제 토론회에서 "성장이론이 없는 진보주의는 정말 문제가 많다"며 "최근 정부, 집권당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국가에 맞는 성장이론을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늘 경제가 어려우면 힘든 사람이 더 힘들어지고 힘 없는 사람이 더 곤란해진다"며 "그런 분들을 위한다는 소위 진보적 정당이나 진보 정부일수록 나름의 경제 성장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소득 주도 성장은 우리 상황을 감안해 만든 우리의 이론이라기보다는 국제노동기구가 내놓은 임금 주도 성장의 한국판"이라며 "우리 나름의 성장이론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생을 외치면서도 상생 구도는 더 나빠지고, 성장의 기운은 점점 쇠퇴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체계에 적응 못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현실보다는 이념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혹평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정책위가 주최한 탈원전 관련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정책을 결정할 땐 결정 근거가 굉장히 정확해야 한다. 이념이나 특정 가치에 집착하다보면 정확한 자료를 줄이거나 늘리거나 하는 의도적 왜곡이 일어난다"며 "탈원전 정책을 보면서 정부에서 하는 에너지 수요 예측이 과연 맞는 것인지 제 상식에는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현 정부 견제에 '시동'을 거는 한편, 당내로는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를 가진 데 이어 25일에는 중진 오찬, 26일에는 초·재선들과 식사자리를 함께 할 계획이다.
비대위원 인선도 마무리 단계로, 오는 24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확정 절차를 마치면 '김병준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며 나머지 내부 후보군으론 초·재선 그룹의 김성원·박덕흠 의원, 외부인사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되기 하루 전 이언주 의원 등 일부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회동한 사실을 두고 보수통합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때는 '아웃사이더(외부자)'로서 일종의 학자나 정치를 보는 후계자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전략적 선긋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