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내각 구성에 야당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을 놓고 고민하는 배경에는 6·13 지방선거부터 2020년 총선까지 문재인 정부 2기에 반드시 국정운영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야한다는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입법절차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야당과 협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초 6·13 지반선거 직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각이 늦춰진 것도 '협치내각'을 위한 민주당과 야당 사이의 협의가 지연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 민생·경제 규제혁신 개혁법안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등 야당 협조 절실실제로 문 대통령은 올해 국정목표로 '국민체감론'을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본궤도에 올리고, 그간 신자유주의 일변도 경제정책이 낳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계류중인 각종 경제법안 통과가 절실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최저임금 인상 지지여론 확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연일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실패를 설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을 들여온 각종 개혁법안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도 현재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기중이다.
여기에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특별수사를 기반으로 한 기무사 개혁을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는 절실하다.
또 현재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답보상태에 빠져있지만,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도 문재인 정부의 향후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안이다.
◇ 과거 참여정부 대연정 실패 사례는 부담…보수야당 받아들일까청와대발 '협치내각'의 승부수는 던져졌지만 과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청와대의 진정성과 별도로 보수야당의 반응은 현재까지 냉소적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관 자리 나눈다고 협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 역시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라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협치와 연정 없이 개혁은 불가능하다"며 원론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대연정·소연정 논란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전례가 있는 만큼,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심스런 기류가 감지된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고, 그 여파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마저 악화됐다.
김 대변인이 "어디까지가 보수이고 진보인지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텐데 (범보수 진영에) 많이 열려있다"면서도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하니 가능성과 폭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보수야당이 전면 거부를 택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여유공간 찾기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또 "변수가 많은 걸로 여겨진다. 협치의 폭과 속도에 따라서 입각의 폭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입각 대상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도 여야 협상과정에서 조금 더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을 아꼈다.
물론 이번 '협치내각' 검토는 청와대가 아닌 민주당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성격이 일부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나눈 대화가 주목된다.
당시 추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김 위원장에게 "노무현 정부에서 국회와 청와대 사이에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노 대통령이 ‘하다 못해 대연정이라도 해볼까’ 하고 크게 마음을 열고 제안한 배경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제안이 무산된 경험을) 그냥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품에 안고 있다”며 “협조할 건 협조하고 견제할 건 견제하는 구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비대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사례까지 화두에 올린 만큼 추후 여야 협의에 따른 협치내각 구성이 실현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내며 국정운영의 동반자 역할을 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