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에 첫 방송된 새 월화드라마 세 편. 왼쪽부터 MBC '사생결단 로맨스',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JTBC '라이프' (사진=각 방송사 제공)
MBC '사생결단 로맨스',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JTBC '라이프'… 같은 날 시작한 새 월화드라마의 첫 방송은 어땠을까.
23일은 세 편의 새로운 드라마가 출발하는 날이었다. MBC '사생결단 로맨스'와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오후 10시에, JTBC '라이프'는 오후 11시에 시청자들을 처음 만났다.
◇ 시끌벅적한 호르몬 로맨스 '사생결단 로맨스'
MBC '사생결단 로맨스'는 각각 테스토르세론, 옥시토신이 과다 분비되는 두 주인공의 호르몬 로맨스를 다뤘다. (사진=MBC 제공)
제목에서부터 로맨스를 내건 '사생결단 로맨스'는 '로코'에 강한 제작진과 배우들을 앞세웠다. '로맨스가 필요해 1'을 연출한 이창한 감독, '치즈 인 더 트랩'의 김남희 작가와 지현우-이시영이 뭉쳤다.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자주 폭주하는 과격한 신경외과의 한승주(지현우 분)와 옥시토신이 과다 분비되는 내분비내과 의사 주인아(이시영 분)가 만들어 갈 '호르몬 로맨스'라는 점도 독특한 포인트다.
첫 방송에서는 병원에서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의사 한승주의 거친 면모가 도드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특유의 성질머리 때문에 한승주에게 다가가기 꺼렸으나, 주인아는 호르몬에 원인이 있다며 오히려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엮인 과거사가 있었다. 한승주는 연인을 잡으러 가는 친구를 쫓아가다 우연히 친구의 사고를 목격했고, 본인 또한 큰 사고를 당했다. 드라마는 주인아의 사진을 비추며, 친구가 만나려 했던 사람이 주인아임을 암시했다.
이때 주인아는 한승주의 주치의를 맡게 됐다. 한승주는 과거 기억 때문에 주인아에게 날 선 말을 하고 진료를 거부했으나, 주인아는 꼼꼼히 한승주를 관찰해 그의 이상 행동이 남보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농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이른바 '돌+아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이하고 엉뚱한 면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나와 전반적으로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분위기다. 시청자들도 독특한 캐릭터와 만화 같은 연출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시청률 면에선 조금 아쉬웠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사생결단 로맨스' 1회는 4.1%, 2회는 3.5%의 시청률을 보였다. 지상파 3사 중 3위였다.
◇ 열일곱에 머무른 서른,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나이는 서른이지만 마음은 열일곱에 머무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SBS 제공)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서른 살이 되었지만 열일곱에 머물러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뤄 궁금증을 자극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다시 만난 세계',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을 맡아 특유의 청량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뽐낸 조수원 감독과 '올드미스 다이어리', '고교 처세왕', '그녀는 예뻤다' 등을 쓴 로코 메이커 조성희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23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바이올린 천재 우서리(박시은 분)와 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소년 공우진(윤찬영 분)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왔다. 친구 노수미(이서연 분)의 체육복을 잘못 입고 귀가하는 바람에 우진이 서리의 이름을 착각한 것이다.
어느 날, 서리와 우진은 우연히 같은 버스에 타게 됐지만 우진은 서리를 보고 당황해 버스에서 내렸다. 이때 서리 바이올린 케이스에 달린 키링이 우진의 화구 통에 걸려 떨어졌고, 우진은 서리에게 돌려주고자 내린 버스를 쫓았으나 12중 추돌사고가 일어난 것만 보게 된다.
그 후 13년이 지났으나, 서리(신혜선 분)와 우진(양세종 분)은 각자 열일곱으로 머물러 있었다. 서리는 오랜 시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었고, 우진은 죄책감 때문에 세상과 자신을 차단하며 사는 무대 디자이너가 됐다.
병원 탈출을 감행한 서리는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갔고, 키우던 개가 여전히 있는 걸 보고 안심했다. 하지만 그 집엔 우진이 살고 있었다. 가정부 제니퍼(예지원 분)는 조카가 오기로 돼 있다는 말에 서리를 의심 없이 집안에 들였고, 서리와 우진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시작됐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들이 과거에 멈춰있다는 점이다. 특히 큰 사고를 당해 누운 채로 13년을 보내다 눈떠 보니 서른 살이 된 서리가 겪는 '부조화'는 앞으로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도 잘 나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1회는 5.7%, 2회는 7.1%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 초반부터 궁금증 자아낸 '라이프'
JTBC '라이프'는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신작으로 몸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상국대학병원을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 충돌을 다뤘다. (사진=JTBC 제공)
'라이프'는 지난해 방송 당시부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은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 '명불허전' 등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이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거기에 조승우, 유재명, 이규형 등 '비숲' 출연 배우들과 이동욱, 원진아,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다.
'라이프'는 상국대학교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로, 몸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의 충돌을 다뤘다.
'라이프'는 병원장 이보훈(천호진 분)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상국대병원의 적자 해소를 위해 대기업 출신인 총괄 사장 구승효(조승우 분)가 투입되면서 큰 변화를 맞는 상국대병원 이야기가 숨 가쁘게 그려졌다.
촘촘하고 탄탄한 이야기로 '떡밥 회수 전문가'라는 별명을 지닌 이 작가는 '라이프'에서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회에 나타난 수수께끼만 해도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보훈 죽음의 진실은 무엇인지가 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지만 예진우(이동욱 분)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경찰을 직접 찾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이밖에도 왜 이보훈이 죽기 전 부원장 김태상(문성근 분)이 그렇게 싸워야 했는지, 예진우의 동생 예선우(이규형 분)는 왜 종종 환시로 나타나는지, 평소 신망이 높던 이보훈이 병원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은 사실인지, 상국대 3개 과가 정말 지방 의료원으로 옮겨가는지 등 앞으로 풀려야 할 이야기가 가득했다.
몰입도 있는 첫 방송을 선사한 '라이프'는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4.3%로 JTBC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첫 회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고의 1분은 성과급제 확대 시행 지침에 분노한 병원장 이보훈에게 예진우가 조언하는 장면으로 6%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