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출범 한 달을 맞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간의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침 드루킹 김동원씨가 '스모킹 건'으로 불리는 USB(휴대용저장장치)를 뒤늦게 특검팀에 제출한 이후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25일 "남은 수사기간이 30일 정도"라며 "지금까지 양상과는 다르게 수사가 좀 더 핵심에 근접하도록 스피드를 낼 것이고, 그런 걸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드루킹' 김동원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드루킹이 지난 18일 특검팀에 소환됐을 당시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USB를 확보해 분석에 나서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향한 수사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USB는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 3월 만든 것으로 △보안메신저 '시그널'을 이용한 김 지사와의 대화내용 △정치권 인사와 만난 일지 △그들과 나눈 대화 등을 정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드루킹이 특검팀 소환 5번째 만에 이 USB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드루킹이 뒤늦게 핵심 증거를 제출한 것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 배경에는 김 지사를 수사할 동력이 절실한 특검팀과 김 지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드루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드루킹은 지난 5월 조선일보를 통한 옥중편지에서 "이 사건의 '주범'인 김경수 의원을 기소하지 않고 저나 경공모 회원들만 엮어서 단죄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김경수 의원이 기소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 역시 남은 수사기간 동안 성과를 내기위해 김 지사와 관련된 의혹을 풀어 낼 스모킹 건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종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 카드'를 꺼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로 드루킹은 검찰 수사 때 △댓글수사 축소 △자신의 석방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선처 등 3가지를 조건으로 김 지사에 대한 핵심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거래를 시도하다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특검팀이 드루킹의 작전에 휘말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공모 회원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드루킹이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것을 보면 이번(USB 제출)도 철저히 계산된 행동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故) 정의당 노회찬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보던 특검팀은 노 의원을 '협박의 피해자'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방향을 급선회했다.
특검팀은 사건의 핵심 연루자인 도모 변호사에 대해 '1호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인지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 의원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노 의원이 숨진 뒤 '특검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고개를 들자 마련한 돌파구로 보인다.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노 의원이 숨진 지난 23일 "금전을 매개로 노 의원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드루킹이 지난해 5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며 노 의원과 같은당 심성정‧김종대 의원을 지목한 것을 협박의 근거로 보고 있다.
다만 특검팀의 논리대로라면 김 지사 역시 '협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루킹이 지난 5월 옥중편지에서 '위선과 거짓에 신물이 났다', '그의 기망행위에 분노', '기소되는지 지켜볼 것' 등 김 지사를 향한 비판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3월 15일 구속되기 직전 드루킹이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한모씨에게 500만원을 전달한 것을 빌미로 2차례 협박한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