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회찬 의원의 장례식은 형식은 정의당장과 국회장으로 치러졌지만 실상은 추모하는 시민들에 의한 시민장과 다름없었다.
'드루킹'으로부터 불법적인 자금 수수를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노 의원 스스로 목숨을 거뒀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제대로 된 정치인이 갔다"며 5일 내내 추모와 애도의 발길을 계속했다.
27일 정의당에 따르면 서울 3만8000여명을 비롯해 경기, 경남 등 전국 17개 지역에 마련된 41개 분향소를 찾은 인원은 7만2000여명에 달한다.
빈소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으며 그 행렬이 지하 2층 빈소부터 계단을 타고 지상까지 이어졌다.
장례일정 마지막 날인 27일에 열린 영결식은 폭염 속에 치러진 야외 행사였음에도 수천 명의 조문객이 국회를 찾아 함께 눈물을 흘렸으며 장지인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하관식에도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추모의 열기는 온라인도 뜨겁게 달궜다.
공식 추모페이지로 바뀐 정의당 홈페이지에는 8000여개의 추모 글이 올라왔으며 각종 SNS에도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계, 유명인사들도 이런 추모의 물결에 동참했다.
노 의원과 같은 당에 몸담았던 유시민 작가는 26일 추모행사에서 "늘 형이라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불러본다. 형, 다음 생에에서 또 만나자"며 오열했고, 도올 김용옥 선생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민중의 친구를 잃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드루킹 특검에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던 보수 야권마저 "진보정치의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들불처럼 번진 추모의 분위기는 정의당의 당세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에 따르면 지난 23일 노 의원의 사망 이후 중앙당과 시도당을 통해 입당을 신청한 사람 수는 수천 명에 이르며 당비 납부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한글과컴퓨터의 설립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노 의원님과는 스쳐 지나며 만난 인연뿐이지만 기사들을 보면서 엄청나게 울었다"며 "특별한 정치적 선호가 없어 지지하는 정당이 없었지만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당원 가입을 하고 제 인생 처음으로 정당 당비를 내려고 한다"고 정의당 가입의사를 밝혔다.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의당 지지율도 11%로 오르며 창당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모 열풍은 노동자와 여성,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돕고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에 항거하는 등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치열한 여정을 마다하지 않은 노 의원의 일관된 삶 때문이다.
6411번 버스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한 달에 85만원을 받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함께 가져가고자 한다"는 2012년 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은 진보진영 조차 반성하게 만들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사람 취급해준 분은 노 의원 뿐"이라며 영결식장 옆에 일렬로 도열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노 의원은 2016년 업무공간이 부족하다며 국회사무처가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을 비우려 하자 "일이 잘 안 되면 저희 당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제안했다.
노 의원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없던 시민들도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 시민은 "정치라는 것은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분은 항상 약자를 대변하는 약자 편이었다"며 "정치인다운 정치인이 가셔서 국가적으로도 (손실이고) 개인적으로도 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편하고, 언제라도 나의 얘기를 들어줄 것 같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정치인이 떠났다는 생각을 많은 시민들이 하실 것"이라며 "그런 분을 외롭고 힘들게 보냈다는 생각에 뭐라도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당원가입과 후원금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