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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현직 지키기'…재판거래 수사 '막아선'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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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골적인 '현직 지키기'…재판거래 수사 '막아선' 법원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입장하고 있다/이한형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현직 법관 지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 법조 비리'와 관련해서는 현직 대법관까지 관여됐단 정황이 포착됐지만 법원은 압수수색영장 기각 등으로 검찰 수사의 첫 길목부터 단단히 막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법원행정처의 부산 법조비리 은폐와 인사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부산 법조비리'의 당사자인 문모 전 판사의 비위와 법원이 당시 이를 어떻게 했는지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문 전 판사의 사무실은 물론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대한 수색이 필요했다. 또 법관들을 사찰하고 불이익을 가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인사심의관실의 관련 자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원은 "윤리감사관실 압수수색은 법원행정처가 자료를 임의제출할 가능성이 있고, 인사심의관실 자료는 형사소송법법상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문 전 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역시 "별건 수사"라며 기각했다.

    법원행정처가 이미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 제출 재검토는 없다"고 통보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것을 감안하면 영장 기각 사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이미 구속 수감 중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치소 등 압수수색영장 기각 사유는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증거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기 때문이다.{RELNEWS:right}

    현 전 수석은 수십 차례 향응·골프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문 전 판사와 친분 관계가 두텁고, 따라서 상고법원을 추진하던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문 전 판사를 절차대로 징계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여기에 법원이 지난 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수감 중인 구치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내주는 등 그간 구치소에 대한 영장 발부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영장 기각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심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영한 현 대법관이 관여된 정황까지 불거진 '부산 법조비리'의 경우, 법원은 궁색한 이유를 들어가며 필사적으로 영장을 막아낸 것이다.

    앞서도 검찰은 이번 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실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관련된 법관 40명에 대한 통신영장은 임종헌 전 차장 등 2명에 대해서만 발부됐다.

    법원은 심지어 관련자들의 이메일에 대해 당사자들이 훼손, 변경,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마저 기각한 바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에게 증거 인멸을 해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재판거래 의혹 수사가 첫 길목인 압수수색영장 단계에서부터 틀어졌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228개 미공개 문건이 공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굳이 복잡한 법리를 따지지 않아도, 법원이 이럴 수가 있는가 싶은 문건들(검찰 관계자)"이 공개되면, 윗선을 최대한 보호하고 임종헌 전 차장 선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법원의 시도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아무리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건이 쏟아내는 의혹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영장 발부 등을 통해 수사를 통제하는 것도 한계에 봉착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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