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하는 민갑용 경찰청장(=연합뉴스)
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말이 없데이."
군부 정권의 고문에 아들을 잃고, 아들의 유해를 임진강에 뿌리며 박정기 옹이 했던 말이다. 그런 그가 이제 아들을 만나러 하늘로 떠났다.
박 옹은 28일 새벽 입원해 있던 요양 병원에서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부산시청 수도국 공무원이었던 박 옹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에 다니던 아들 종철군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의 정년 퇴임을 한 해 앞둔 때였다.
경찰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허위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검찰은 이를 방조했다.
이후 박 옹은 거리로 나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와 전태일 열사 어머니 등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활동에 나선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통과를 위해 4백여일간 천막농성에 나서 법을 통과시키는 등 부당한 권력에 맞섰다.
사회의 부조리한 곳에는 반드시 그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박옹의 빈소에는 시민사회 단체 등 각계 각층의 조문이 잇따랐다.
민갑용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부산시민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빈소에서 유족을 위로하며 "고인이 하늘나라에 가서도 저희 경찰이 제대로 서는데 지도편달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인권·민생 경찰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썼다.
문무일 검찰총장 등 검찰수뇌부도 이날 저녁 빈소를 찾아 고인을 조문하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에 앞서 문 총장은 지난 3월 20일 박 옹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 찾아가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 했고,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난 21일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자료 사진)
오거돈 부산시장 등 시청 간부들도 30일 박옹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할 예정이다.
생전 "데모 그만해라"는 박 옹의 말에 둘째 아들인 박종철 열사는 "동지가 돼 주십시오"라고 했다 한다.
이제 그는 아들의 동지가 돼 평생의 그리움으로 남았던 아들을 만나러 하늘나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