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신병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친문'(親文)과 '친노'(親盧)가 점차 분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당 대표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 거취와 관련해서도 이런 계파 간 힘대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겠나"같은듯 달랐던 친문과 친노. 두 계파 간 분화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다.
정권 출범 당시 고공행진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최근까지도 크게 식지 않으면서 '너도나도 친문'이었던 분위기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6일 있었던 당 대표 후보자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로 이어졌다. '친문' 김진표 의원과 '친노' 이해찬 의원, '신문'(新文) 혹은 '비문'(非文) 송영길 후보가 컷오프에서 살아남았다.
먼저 김진표 의원은 본인이 일단 친문 의원으로 분류되는 데다, 김 의원의 당 대표 선거를 다수의 친문 의원들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한 마디로 대표적인 '친문 후보'인 것이다.
이해찬 의원은 '친노 좌장'으로 불린다. 정치노선이나 뿌리 등에서 친문 계파와 일부 접점이 있긴 하지만 '진문'(眞文), '뼈문'으로 불리는 의원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이해찬 의원 측에 친문 의원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이 참여정부 총리를 지낼 시절부터 연(緣)을 이어온 일부 친문 의원들은 이 의원 측에 서서 선거를 돕고 있다.
결국 김진표 의원과 이해찬 의원 간 경쟁은 '친문 대 친노+친문' 구도가 되는 모양새다. '진문'으로 평가 받는 한 의원은 "(친문과 친노가)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겠나. 갈라질 때가 오면 갈라설 수도 있다"고 주변 의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결집' 선택한 친문, '확장' 선택한 친노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자가 손을 잡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각종 구설에 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거취와 관련해 김진표 의원과 이해찬 의원의 발언은 계파의 전략과 성격을 어느정도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탈당을 촉구했다. 이 지사 측과 선을 그으며 친문 성향의 당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해찬 의원은 "전당대회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말을 아끼면서 이 지사의 곤란한 상황을 키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이재명 논란을 통해 친문 계파는 결집을, 친노 계파는 확장성을 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 측과 이해찬 의원 측이 힘을 합쳤다는 얘기가 많다.
이 지사 측이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을 위한 당 내 경선에서 '친문' 전해철 의원과 혈투를 벌이던 당시 이해찬 의원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이 이 지사 측의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화영 전 의원은 현재 경기도 연정부지사로 재직중이다.
이해찬 의원 측과 이재명 지사 측 간의 연합은 당 내 명실상부한 중심 세력인 친문 계파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 된다.
특히 이 지사 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해철 의원 등과 대선 경선 및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경쟁하면서 친문 진영과 척(隻)을 지게 되면서 더욱 이해찬 의원 측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친문 vs 친노'…송영길 '다크호스'?친문과 친노 간 분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송영길 의원에게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의원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대표적인 486세대 인물 중 하나로,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등 운동권 출신의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인영 의원은 이심전심으로 (나를 돕고), 우상호 의원은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세게 얘기해줬다"고 했다. 이 의원과 우 의원은 각각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과 부의장 출신이다.
또 유일한 호남 후보인 점도 송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송 의원은 이 지사의 여러 논란 등과 관련해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당내 경선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인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겠다"고 했다. 친문 표심을 의식하면서도 논란을 크게 키우지는 않겠다는 수위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진표 의원이나 이해찬 의원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정치생활이 짧은 데다, '신문'(新文)으로 분류되는 만큼 당 대표 선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친문 당원들의 표심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