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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감세' 뒤에 숨은 '부자 감세'…정책 우회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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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감세' 뒤에 숨은 '부자 감세'…정책 우회전하나

    2009년 MB 시절 이후 첫 감세…'부자 증세' 기조 후퇴
    종부세 효과 빼면 사실상 대기업 감세…경제정책 보수화 뚜렷

     

    정부가 10년 만에 감세 기조로 돌아선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경제 정책 전반이 보수화되면서 집권초 표방했던 '부자 증세' 기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집권후 처음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둘러싸고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단연 '부자 증세'였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벌어진 '부자 감세'로 뚝 떨어진 대기업 법인세율과 초고소득자 소득세율을 원래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30일 발표된 '2018년 세법개정안'은 정반대로 감세 계획을 담았다. 2023년 이후까지 5년간의 세수 감소치를 모두 합치면 12조 6018억원에 달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세제개편을 하면서 시장과 기업에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동성을 살리도록 고양하고 제고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좋겠다는 것이 일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장려금 연간 추가 2조 6천억 원, 자녀장려금 추가 3천억 원 확대 등의 지출 증대는 세입으로 계상되기 전 조세지출로 나간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착시효과가 있을 뿐, 부자 증세 기조는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근로·자녀 장려금 때문에 줄어드는 세수를 보완할 다른 증세방안은 고려하지 않은 감세 계획인 셈이다.

     

    이처럼 1년만에 180도 뒤집힌 세수정책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해 '부자증세'의 주인공이었던 법인세 정책의 변화다.

    지난해 밝힌 법인세 세수효과는 앞으로 5년간 2조 6천억원 가량 늘었지만, 올해 밝힌 추계치는 오히려 1조 8천억원 줄었다.

    특히 이 가운데 대기업 세수부담이 약 5700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세수부담 인상분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안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종부세 개편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종부세 인상에 따른 대기업 세수확대분만 6100억원에 달해 전체 인상분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 권고안은 그 자체로 세율 인상폭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기재부가 확정한 종부세 개편안은 한층 더 후퇴했다.

    일반 국민들이 가진 주택분의 경우 권고안보다 세율을 더 올린 반면, 주로 기업이 보유한 별도합산토지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아 '대기업 봐주기' 논란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이미 예고됐던 종부세 인상 효과에 묻혀 마치 대기업 세부담이 늘어난 것처럼 착시가 생겼을 뿐, 이를 제외하고 보면 실제로는 '대기업 감세'가 이뤄진 셈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얼핏 법인세 강화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종부세 영향에 가려졌을 뿐, 오히려 대기업 감세라고 봐야 한다"며 "종부세가 강화됐다지만, 사회적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증세라고 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세제정책의 변화는 최근 거듭 제기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우경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부동산 정책이나 노동정책, 기업이슈에서 정부가 집권 초기 내놓은 개혁 조치들이 힘을 잃는 모습은 꾸준히 관찰됐다.

    급기야 진보 지식인 323명이 모인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지난 18일 "문재인 정부가 최근 사회경제 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우려하기까지 했다.

    정책 우경화의 최전선에는 김 부총리를 필두로 한 보수적 경제 관료들이 자리잡고 있다. 핵심 총대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그닥 차별화되지 않고 있는 '혁신성장'이 멨다.

    당장 지난해 법인세·소득세 세율 인상을 둘러싸고 김 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명목 세율을 올리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세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김 부총리의 '이견'을 제압했다.

    반면 올해는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가령 재정특위가 종부세 개편과 함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인하하라"는 권고도 내놨지만, 기재부 반대에 밀려 세법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검토조차 되지 못했다.

    비단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두루 섭렵했던 김 부총리의 '정책 코드' 뿐 아니라, 대기업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를 강조해온 보수 성향의 경제 관료들이 현 정부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정부 경제정책의 우경화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큰 그림에서 불로소득에 대한 종부세는 더 강화하는 대신 생산소득의 조세를 감면해야 했다"며 "법인세 부담도 더 올려야 각종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재원 및 정책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성장 촉진에도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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