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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첩보물 '공작', 액션 없이도 매혹적인 이유들

액션 공백 채운 배우 4인의 연기력과 캐릭터들의 탐색전
윤종빈 감독, "액션과 정반대 지점의 첩보 영화…남북 갈등에 대한 질문"
흑금성 역 황정민, "평화 불러온 4·27 판문점 선언, 배우들 역시 행복했다"

영화 '공작'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액션의 틀을 깬 매혹적인 첩보 실화 영화가 도착했다.

영화 '공작'은 북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활약했던 안기부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우 황정민이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역을, 이성민이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조진웅이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을, 주지훈이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을 연기한다.

날카로운 총성이나 시원한 액션 대신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탐색전과, 의심에 의심을 더한 갈등 그리고 첨예하게 교차하는 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져있다. 스파이 영화의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는 액션을 배제하고도, 이 영화가 빛날 수 있는 저력은 여기에 있다.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3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두 시간 호흡으로 담아야 하는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어떻게 각색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결국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적 목적에 맞게 가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흑금성의 실제 활약을 어떤 방식으로 영화에 담아냈는지 설명했다.

이어 "물론 첩보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액션을 많이 떠올리고, 실제로 그런 개연성이 있다. 나는 그 정반대 지점에서 그런 첩보 영화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액션 스파이 영화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실화가 주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액션으로 첩보 영화를 풀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영화 '공작'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는 북한의 여러 장소가 현실감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소 삭막한 평양 시내와 흑금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독대하는 화려한 홀, 빈민들로 가득한 북한 외곽 지역의 거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윤종빈 감독은 "북한을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큰 숙제였다. 북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으니 제작비가 많이 투입됐다. 평양과 비슷한 연변 지역에서 촬영을 하기도 하고, 북한에서 촬영이 가능한 해외촬영팀의 소스를 받아서 합성하기도 하고, 세트 비용도 정말 많이 들었다"고 북한 장소 재현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기부의 민낯을 드러내는 영화인 탓에 사실상 촬영 자체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윤종빈 감독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고.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고, '공작'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을 때도 제작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어차피 2년 반 후에 대선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썼다"면서 "촬영을 한 달 앞둔 때가 촛불정국이어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는데 또 만들고 나서는 남북 분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풀리기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기획부터 개봉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되짚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통해 "남과 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비극이 과연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었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공작'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황정민은 이 실화를 관객들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그는 "나도 19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인데 이 상황을 모르고 지나온 것이 너무 창피했다. 이걸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흥미를 떠나 관객들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영화에 참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분명 북한 기밀을 빼내기 위한 '공작'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그 화살표는 복잡하게 얽힌 남북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남북이 해빙 무드에 들어간 지금, 배우들에게 더욱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황정민은 "처음에 촬영할 때는 좀 힘들었다. 남북 관계도 지금 같지 않았고, 북한 관련 촬영을 위해 어떤 공간을 빌렸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그랬다. 4월 27일, 너무나 순식간에 평화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나 배우들이나 행복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가 개봉됐다면 또 다른 색안경을 쓰고 보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더 좋게 변하려는 염원이 있으니 이 영화를 아주 편안하게 관람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기분좋음이 있다"라고 예측했다.

조진웅 역시 "우리 모두의 숙원인 평화의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 평화통일인만큼, 저 역시 너무 기쁘다. 이 이야기가 남북 관계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고, 좋은 이유에서 맹점을 짚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들'의 행동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 자체는 배우로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작'은 오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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