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다 더운 날씨로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로 불리는 광주가 20일 넘게 이어지는 폭염으로 지쳐가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도심은 오가는 사람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경로당, 은행, 커피숍 등 실내에는 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21일째 폭염(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이어지는 1일 광주 오랜 번화가인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는 거리를 따라 늘어선 매장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한낮에도 행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옷, 신발, 잡화, 휴대전화 등을 파는 매장은 에어컨을 최대 성능으로 가동하며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행인들은 충전식 소형 선풍기를 손에 들고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만 걷는 모습이 이채롭기까지 했다.
도심 속 공원에는 의자에 앉거나 드러누워 쉬고 있는 사람만 일부 눈에 띄었다.
폭염 속 피부에 직접 닿는 열기를 막기 위해 모자, 마스크, 팔토시 등으로 중무장하고 야외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보기에도 아찔했다.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전통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진 모습이었다.
광산구청, 떡갈비거리와 인접한 송정매일시장은 물건을 찾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점포가 늘어선 골목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번 주는 폭염에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임시 휴점 상태였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유주현(69)씨는 "작은 시장이지만 구청과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인데 요즘은 찾는 사람조차 없다"며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손님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편인데 올해는 유독 더운 날이 길어 상인들도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한산한 도심과는 달리 실내는 도심 속 피서지로 인기를 끌었다.
금남로 지하상가에 자리한 만남의 광장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분수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주고받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더위를 잊었다.
커피숍, 백화점, 영화관 등에는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젊은 부부부터, 연인, 친구, 가족까지 많은 인파가 몰렸다.
폭염에 특히 취약한 노인들은 아파트, 주택 단지마다 마련된 무더위쉼터를 찾았다.
광주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아파트 무더위쉼터가 마련된 1단지 경로당에는 전기료 부담 탓에 냉방기기를 작동시키기 부담스러운 노인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노인들은 시원한 바람이 쏟아지는 에어컨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자녀들이 싸준 수박, 복숭아 등 시원한 여름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잊었다.
신경통 탓에 에어컨 바람을 피해 쉼터 내 방문을 꼭 닫고 보일러까지 틀고 아랫목에서 허리를 지지는 '이열치열'로 여름을 나는 노인들도 있었다.
쉼터를 찾은 김택곤(80)씨는 "여름이면 무더위쉼터로 변하는 경로당에서 끝을 모르는 폭염을 견디고 있다"며 "쉼터가 문을 닫고 집에 돌아가 열대야에 시달리다 보면 쉼터의 시원한 바람이 간절히 생각난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은행 영업점은 잘 갖춰진 냉방시설과 쾌적한 분위기 탓에 행인들이 잠시 들러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쉼터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은행,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영업점을 찾는 고객에게 생수와 부채를 무료로 제공하고 상담실과 고객 대기 장소를 쉼터로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