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여성 시체가 발견돼 병원으로 이숭 중이다. (사진=서귀포해경 제공)
제주 세화포구에서 가족 캠핑 중 실종된 30대 여성 사체가 정반대편인 가파도 해상에서 발견됐다.
타살 혐의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은 향후 부검을 통해 수일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실종 일주일째 발견된 사체…"실종녀와 복장, 신체 특이점 일치"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일 오전 10시50분쯤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1.6㎞ 해상에서 실종 여성인 최모(38)씨의 사체가 발견됐다.
지난달 25일 밤 실종된 이후 일주일째 되는 시점이다.
모슬포와 가파도를 경유해 마라도를 왕복하는 여객선에서 사체를 발견해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귀포의료원으로 시신이 이송돼 유가족이 사체를 확인했고, 향후 부검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발견 당시 사체는 부패 정도가 심했지만 목걸이와 옷 등 복장과 신체적 특징이 최씨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살 가능성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려면 향후 부검 일정에 따라 수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신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다량 검출된다면 바다에 빠진 후 숨졌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플랑크톤이 폐에서 검출되지 않으면 타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범죄 혐의점에 대해서 발견된 게 없지만, 실족, 범죄 연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조류 특성상 사체 발견지점 이해 안돼"…타살 가능성도
경찰이 1일 오전 세화항내에서 실종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번에 최씨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항과 대각선으로 제주도 정반대편에 있다.
만약 세화항에서 최씨가 실족했다면 제주도를 반 바퀴 돌고 해당 지점에서 사체가 발견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제주도 해류, 조류 특성상 일주일 동안 해당 지점까지 사체가 떠내려 갈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최씨가 세화항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실족한 것에 무게를 두고 항내‧외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여왔다.
문재홍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제주도는 사체든 물건이든 제주도를 한 바퀴 돌만한 조류나 해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밀물 때 남동에서 북서쪽으로 연안류(조류)가 흐르고, 썰물 때는 반대로 북서에서 남동쪽으로 흐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류 역시 제주도 남동에서 북동쪽, 즉 대한해협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제주 북부인 세화항에서 제주 남쪽인 가파도까지 사체가 제주도 반 바퀴를 돌아 흘러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류 중에는 지형적 특성상 한쪽씩 기우는 흐름(잔차류)이 있어서 옆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흐름이 약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사체가 제주도 정반대편으로 흘러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씨의 슬리퍼가 실종 이후 닷새째인 지난달 30일 세화항에서 2.7㎞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연안에서 발견됐다.
잔차류로 사체가 떠내려가더라도 예상 이동 지점이 하도리 부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 교수는 "해류나 조류의 방향으로 봤을 때 사체 발견지점이 이해가 안 된다"며 "타살 뒤 다른 곳에 버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실종 직후 30분간의 행방 묘연
(사진=자료사진)
최씨는 지난달 10일부터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방파제 끝 지점에서 남편, 어린 아들, 딸과 함께 카라반 캠핑을 해왔다.
최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남편과 인근 마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캠핑 장소로 돌아왔고, 그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술을 마셨다.
이후 오후 11시5분쯤 최씨는 세화포구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 김밥, 종이컵 한 줄(10개들이), 커피를 샀다.
얼마 뒤인 오후 11시38분쯤 최씨가 친언니에게 마지막으로 통화를 시도한 이후 종적을 감췄다.
환경미화원이 실종 다음날인 세화항 방파제 입구에서 최씨가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주병 등을 치웠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점에서 실종 전까지 최씨가 인근에서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실종 이후 방파제 근처 공중화장실 앞에서 최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발견되고, 항내에서 슬리퍼 한쪽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편이 아내가 나간 지 얼마 안 된 지난달 26일 오전 0시 5분쯤 잠에서 깨어나 아내가 없는 것을 보고 찾았다.
현재 언니와의 마지막 통화 이후 남편이 찾으러 나선 30여분 사이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향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남편 A(37)씨는 아내를 찾다가 실종 이후 15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3시20분쯤 경찰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이후 수색에 나선 경찰은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자 실종 신고 이후 나흘째인 지난달 29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실종 직전 편의점을 들른 최씨의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