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정부 전복대비 차원에서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군사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 다수의 문건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 정부에서 군사 관련 문서가 군 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로 흘러들어간 경위까지 포함해 이번 계엄 문건 논란 전반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대면보고를 받은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말한 뒤 '2004년 문건'의 일부 내용도 구두로 공개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2017년 문건'도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한 통상적인 기무사의 매뉴얼이라는 식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지만, 두 문건을 수평비교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 당시 작성된 대정부 전복 위기관리 단계 격상건의 문건은 10여 페이지의 본문과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위기목록 및 중요목록이라는 첨부문건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건 내용은 쿠데타와 같은 대정부 전복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체계를 강화하며 군 병력·장비의 수도권 이동상황 확인, 비인가 집회 및 서클 활동에 대한 관찰 강화, 대정부 전복 관련 첩보 수집 활동 강화, 대정부 전복 위해 요인 관련 종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59명의 특별 관찰 대상자에 대한 집중 동향 관찰, A급 기자관리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문건 표지에는 당시 송영근 사령관 자필로 '확실하게 지시된대로 액션이 이뤄져야 함', '상황변동시 즉시 사령관에게 보고(사소한 상황이라도)'라는 메모가 기재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계엄이나 위수령 등의 용어를 직접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 때도) 탄핵을 전후로 발생할지 모르는 정부 전복에 대비해 군사적 대비계획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참여정부 때에도 이 같은 문건이 존재했던 것으로 미뤄볼 때 2017년 문건을 '내란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군을 내란음모나 꾸미는 적폐세력으로, 한국당 또한 결탁된 내란 공범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태는 군을 제물로 삼아 정권의 치명적 위협요인으로 불거지고 있는 드루킹 특검을 덮고, 경제실정, 정책 과오로부터 정치적 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술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017년 문건에서 집중적으로 논란이 되는 대목은 국회와 언론 장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적시됐다는 점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을 유도하면서 야당 의원에 대해선 구속수사와 사법처리 방안까지 제시해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문건은 '친위 쿠데타'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이번 자료는 쿠데타를 방지하기 위한 첩보 강화여서 성격이 정 반대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이 구두 공개한 2004년 문건을 2017년 문건과 동일선상에 놓고 '매뉴얼'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은 이와 관련, 기무사가 2004년 문건의 일부만 공개했으며, 이마저도 숨기려 했다고 주장하며 전체 공개를 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기무사령관 보고 과정에서 2004년 문건 일체의 공개와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기무사령관은 위기목록과 중요문건 일부만 열람 보고해 문건을 은폐하려는 게 아닌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기무사령관은 별도 목록 문건이 있음에도 없다고 허위보고 했다"고도 지적했다.
회견장에 동석한 백승주 의원은 "그 문건(2004년 건)을 전부 공개해서 언론이 보면 김 원내대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