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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행성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줄곧 상승하고 있는 기후현상이다.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은 인류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유럽 전역은 물론 북아메리카, 동아시아 등 북반구 전체가 섭씨 40도를 넘나들며 연일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첨단 과학문명으로는 지구의 온도를 0.1도도 낮출 수 없다. 냉방시설을 개발해 더위를 피하지만, 냉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고스란히 지구 행성을 뜨겁게 하는데 가세할 뿐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로 인해 21세기 후반 지구의 아산화탄소 농도는 '초기 팔레오기'인 4,800만~5,600만 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양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 시기 뉴질랜드와 서유럽의 연중 기온이 평균 23~29도로 현재 기온보다 무려 15도나 높았다. 열대화된 이 시기 북극지역 토양화석에서는 악어와 거북이 등 파충류 화석이 발견됐다.
북극이 열대처럼 뜨거웠던 이유는 왕성한 화산활동과 조산활동으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산화탄소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지구가 뜨거워지는 원인과 똑같다. 초기 팔레오기는 화산 등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었지만 21세기 기후 변화는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이산화탄소 증가 등 인간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식물학자 '호프 자런'(Hope Jahren)의 베스트셀러 '랩걸'에는 알래스카 북쪽 해안에서 1,100킬로미터 정도 더 들어간 곳에서 화석화된 나무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던 때의 일화가 나온다. 땅속에 묻혀 있는 화석을 분석하면 북극 캐나다와 시베리아 전역에 엄청난 양의 풍성한 낙엽침엽수림 잔해가 묻혀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지금은 만년설로 덮인 극지방 전역이 당시에는 광활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호프 자런은 나무 위에 살던 설치류들이 거북이들과 악어를 닮은 파충류들을 내려 봤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발표해 201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는 인간이 지구의 환경을 훼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지구 행성에서는 지난 5억년 동안 다섯 차례 멸종 사태가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멸종이 약 6,5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 충돌로 지구상의 공룡이 사라진 사건을 든다.
그 동안의 대멸종은 운석이나 혜성의 충돌, 대규모 빙하기 같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었지만 여섯 번째 닥칠 대멸종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콜버트는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파괴적 행동들은 대멸종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대멸종은 이미 시작됐으며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도 다가오고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의 촉매는 급속한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 상승일 거라는데 동의한다. 유엔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 자료에 따르면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진행되어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2.5~3.5도 상승하면, 생물종의 40~70%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닥쳐올 대멸종이 인간이 자초한 것인데도 우리 인간은 급속한 기후변화로 멸종할 수 있는 생물종이 아닌, 특출한 불사조의 종(種)인 줄 착각하고 산다. 에어컨을 믿고, 원자력발전소를 숭배한다. 공장을 자기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모든 것은 재화를 늘리고 비축하기 위해서다. 돈을 더 많이 갖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고 공장을 가동하며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로 경쟁을 벌인다. 결국 지구 행성은 탐욕에 눈 먼 인간의 희생양이 되고 만 셈이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 생물종이 살 수 없는 마지막 날이 왔어도 에어컨만을 믿고 여전히 탐욕을 쫓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