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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박서준, 이영준 연기하며 자신을 돌아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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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 박서준, 이영준 연기하며 자신을 돌아본 까닭

    [노컷 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영준 역 박서준 ①

    지난달 26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차세대 로코킹으로 손꼽히는 박서준과, 의외로 로맨틱코미디 도전을 처음인 박민영의 조합으로 시작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는 예상보다 더 잘 됐다. 시청률은 8%대를 넘겼고, 지상파를 포함해 동시간대 1위를 꽤 오래 지켰다. 키스씬 등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명장면들은 조회 수로 그 인기를 증명했다.

    박서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어릴 적 겪은 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진 이영준 역을 맡았다. 언제나 각이 딱 잡힌 수트를 입어야 했고, 나르시시스트라는 설정에 맞게 때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도 능청스레 해야 했으며, 내면의 상처를 표현해야 하는 숙제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서준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언제 이런 캐릭터를 맡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영준 역할을 맡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작품이 잘 끝나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네. (웃음)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일단 사고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다. 스태프들하고도 너무 재미있게 찍었다. 이번 작품은 영준이와 미소(박민영 분) 둘 이야기가 거의 8할 이상이다 보니, 거의 모든 스태프들하고 대면했다. 또 한 가지, 제가 더 이상은 현장에서 막내가 아니기 때문에 동생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예뻤다' 연출부였던 분들이 연출부로 와서 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출연한 동기가 있다면.

    일단 원작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처음부터 원작을 안 건 아니고, 회사 통해서 이런 작품이 있다는 걸 알았다. 원작이 너무 재밌더라. 가장 끌렸던 건 캐릭터였다. 내가 언제 이런 역할을 해 볼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가진 애를 내가 표현하면 어떨까, 하면서 제 자신을 던져본 것도 있었다. 소설과 웹툰이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제가 해석한 영준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저는 원작을 1/4 정도 봤다. 웹툰은 아직 연재 중이다. 웹툰에선 그림체와 분위기를 알 수 있었고, 소설은 감정적인 부분이 더 세세하게 나와 있더라.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자'라는 영화가 곧 촬영 시작하는데 이 기간(비는 시간)에 그냥 있기는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하고. (일동 폭소)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하니까, 그 기간에 할 수 있는 작품을 보던 와중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처음부터 대본보다는 원작이 더 이슈가 된 상황이었다. (대본 받았을 땐) 편성도 안 돼 있었고. 제가 받은 대본도 완전 초고였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사실 아니었다. 이 역할은 너무 매력을 느껴서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편성 결정되고 감독님을 뵀는데 코드가 너무 잘 맞았다. 저희가 첫 방송 3주 전부터 찍었다. 그래서 결정하고 나서 이 대본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되게 급하게 들어간 느낌이 있는데 재밌게 잘한 것 같다.

    박서준이 맡은 이영준은 외모, 재력,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까지 갖춘 역할이었다. (사진=tvN 제공)

     

    ▶ 아무래도 웹소설, 웹툰 원작이 있다 보니 얼마나 닮게 표현하느냐에 따른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현실에서 그림체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눈이 이만한 사람이 어딨나, 어깨가 이만한 사람은. (웃음) 인물 설정이 어떻든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는 인간이라면 다 비슷하리라고 봤다. 원작이 있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감을 가지면 과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도 정당성과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이영준은 잘생긴 얼굴, 완벽한 비율, 영특한 머리, 탁월한 경영 능력 등을 가진 나르시시스트였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아무래도 옷차림과 헤어는 원작에 강하게 나와 있어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까지 똑같이 생기진 않았지만. (웃음) 최대한 접점을 찾고 싶었다. 의상은 제가 워낙 관심 있기도 해서 거의 95% 이상 제작해서 입었다. 그런 부분도 다 캐릭터를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6월 넘어가면 이 옷을 선택한 나를 원망하겠지만 (웃음) 땀 흘리다 보면 갑옷 입고 촬영하는 느낌이었다. 쓰리피스에, 넥타이핀을 하고, 완벽하게 입는 게 이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고수하려고 했다.

    목소리도 약간 누른 건 있었다. 어쨌든 배우라면 자기복제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 때문에… 원래 제가 추구하는 연기 톤은 일상생활에 있을 것 같은 저만의 호흡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 캐릭터는 설정이 세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안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제 것을) 잘 버무리면 원작 캐릭터와 갭이 덜 느껴지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제 장점을 잘 융화시키면 또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른바 오글거리는 대사할 때는 어땠나.

    저는 제일 오글거렸던 게 '영준이 이 녀석'이었다. 원래 대본에는 '이영준 이 녀석'이었다. 좀 더 저답게 하고 싶었다. 성까지 뱉으면 너무 딱딱하더라. 영준이라고 하면 나 자신을 아끼는 느낌이 들었다. 늘 김비서라고 하다가 미소라고 했던 것도 너무 어색했다. 미소라고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하다가 대본에는 미소라고 돼 있던 걸 김미소로 바꿔서 했다. 이 친구가 9년 동안 (김비서를) 김미소라고 몇 번을 불러봤을까. 저 자신도 미소라고 (말을) 뱉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제 대본을 쫙 보니까, 6부 엔딩에 '미소였으니까, 김미소였으니까' 하는 대사가 있더라. (오글거리는 건) 초반 촬영할 때만 힘들었고 나중엔 좀 즐기게 되더라. 주변에서 다 웃고 있으니까 괜찮나 보다 했다. (웃음) 그래서 그냥 쭉 밀고 나갔던 것 같다.

    ▶ 대본은 갑자기 왜 읽어봤나.

    인터뷰하니까. (일동 웃음) 전체 다 기억은 못 하지만 한 번이라도 보고 오면… (인터뷰는) 되게 소중한 시간이지 않나. (일동 웃음) 한 마디라도 더 잘하고 싶고, 더 잘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고.

    박서준은 재력, 수완, 외모를 모두 갖춘 부회장 역을 맡아 베스트까지 갖춰 입은 정장을 입었다. (사진=tvN 제공)

     

    ▶ 아까 박준화 감독과 코드가 잘 맞았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연기할 때 제 나름대로 이 인물에 대해 분석하고, (저만의) 사소한 포인트가 있다. 눈빛을 예로 들면 인터뷰하는 지금처럼 볼 때가 있고, 자신 없는 부분을 표현해야 한다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게 되게 사소한 포인트이지만, 그런 게 다 캐릭터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을 보고 (이런 부분에 관해) 믿고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 극중 이영준처럼 트라우마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트라우마까진 아니더라도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잊고 싶은 기억이라면 아마 얘기하기 힘들지 않을까. (일동 웃음) 한 살이라도 어릴 때를 돌아보면, 그때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건 있다. 특별히 어떤 에피소드가 있진 않다. 안 좋았던 기억은 잘 잊는 편이어서. 트라우마는 없는데, 저 자신에 대한 어떤 콤플렉스는 많은 것 같다. 데뷔하기 전에는 생긴 것부터가 콤플렉스였다. 데뷔하기까지 되게 힘든 시간이 있었다. 외모 지적을 많이 받아 늘 작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분들이 요새는 너무 보기 좋다고 하시니까 (일동 웃음) 콤플렉스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말투도 훨씬 더 애들 같은 말투여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교정하고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그런 점이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 뭔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빨리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는 성격인가 보다.

    네. 최대한 빨리 없애고 싶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럼 이번 작품에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아무래도 늘 초반 장면은 다시 찍고 싶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확신을 갖고 찍는다고 해도, 후반에 뭔가 딱 탄력을 받았을 때보다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감독님께 되게 많이 여쭤봤다. 목소리 톤 괜찮나, 과한 게 아닌가 하면서 한 컷 찍을 때도 되게 다양하게 했다.

    ▶ 이번 작품에서 전작 '쌈, 마이웨이'와는 정반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느낀 점은. 실제 박서준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현실의 제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제가 재벌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가정에서 자라진 않았다. 1에서 10이 있다면 한 6 정도에 있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 같다. 여기도 저기도 느껴본 적은 있는 것 같다. 아예 공감하지 못한 건 아니다.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쳐서 살지는 않아서 어떻게 표현해도 설득력을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중간 지점에서 살아 본 제가 장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남자가 수트를 입으면 자세부터 곧아지는 게 있는데, '쌈, 마이웨이' 대는 대부분 트레이닝복을 입어서 아무 데나 앉아도 사실 상관이 없었다. 이번 역할은 옷 자체가 너무 불편해서 앉아있는 것조차 불편했다. 자세에서도 캐릭터 표현이 되더라.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의상에서 오는 느낌도 있다. 환경에서 오는 차이점도 되게 많은 요인이 되는구나 하고 느꼈다.

    배우 박서준 (사진=어썸이엔티 제공)

     

    ▶ 앞서 자신감을 가지면 캐릭터에 설득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그전에는 자존감이 낮았나.

    결과물에 대해 항상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최소한의 아쉬움만 남기려고 하다 보니까, 저 자신에게 너무 비관적이고 냉정했다. 그런데 이 캐릭터(이영준)는 자신을 너무 사랑하더라. 나한테 이게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아껴주는 게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한동안은 나를 너무 혹사시키지 않았나. 이 캐릭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었다. 내게 그 정도로 박하게 굴지는 말자고. 아직도 칭찬을 들으면 되게 어색하다. 내가 그렇게 잘한 건 없는 것 같고, 난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보니까. 그래도 그런 생각을 병적으로 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 '윤식당2'를 같이 한 정유미가 카메오 출연했다.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첫 대사하기까지가 굉장히 어색하더라. 예능은 굉장히 실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막상 연기를 하려고 보니까 첫 대사를 하기가 힘들더라.

    ▶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는 애드립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애드립이 있다면.

    애드립투성이긴 했는데, 저는 흐름에 영향 주는 애드립은 전혀 안 한다. 근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실 때가 있다. 뭐 하나 나오나 해서. 어쨌든 하긴 해야 하니까 조금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의 애드립을 했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 타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도 영준이라면 어떻게 탈까 싶었다. 제가 익스트림 좋아해서 (실제론) 되게 잘 탄다. 하루에 6번도 타 봐서 노선이 어떤지 알고 있다. 저는 영준이가 (롤러코스터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자세를 유지했는데 거기에 감독님이 빵 터지셨다. 오히려 바이킹은 굉장히 힘들었다. 제일 못 탄다. 중간에 멈춰있을 때 너무 울렁거려서 '감독님, 멈춰 주세요'라고 했다. 근데 안 멈춘다더라.

    노래하는 장면도 '영준이 노래한다'라는 지문만 있지 어떤 곡을 어떻게 한다는 게 없었다. 마지막에 프로포즈하는 장면에서 너무 과제를 던져주시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는 웬만한 작품에 다 나왔다. '그대 내 품에'를 불렀다. 다행히 고등학교 친구 중에 음악 하는 친구가 있어서 녹음해서 감독님께 보내드렸다. 우여곡절 끝에 했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박서준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해 볼 때까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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