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연쇄 화재사고가 이젠 공포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올해만 스무대 넘는 BMW 디젤 차량이 불에 탔고 일부 주차장에선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고도 있다.
BMW코리아가 지난달 26일, 사고원인으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모듈 이상'을 지목하고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곳곳에 있다.
우선, 이번 사고의 원인이 진짜 EGR이 맞는지 여부다. EGR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BMW코리아가 독일 본사와 자체조사로 밝힌 원인이다.
EGR이 원인이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들조차 의구심을 갖는다.
한국 제조사에서 생산해 전 세계 BMW 차량에 장착된 EGR인데 왜 유독 한국을 달리는 BMW에서만 불이 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 상황이다.
결국 실제 EGR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한국 BMW만 불이 났는지도 밝혀야 하는 것이다.
BMW코리아 측이 EGR 결함을 언제부터 알았느냐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BMW 측의 결함 은폐나 축소로까지 사안이 번질 경우 700억 원 규모의 과징금 가능성까지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BMW는 2016년 11월을 기점으로 EGR을 개량했다.
전날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서 "개량된 EGR은 기존 EGR에서 가스를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 면적이 넓어졌다고 한다"며 "세계적으로 2017년 이후 생산 차량에는 개량 EGR이 장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 EGR의 라디에이터를 개선한 개량형 EGR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를 근거로 BMW가 이미 2016년 11월부터 EGR 결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국토부는 "그런 추론이 가능하지만 조사해봐야 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3일, BMW는 화재 원인을 밝힐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인 '기술검토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한다.
그동안 BMW코리아의 입만 바라보던 국토부가 본격 조사에 나서는 것인데 이마저도 곳곳에 암초가 있다.
국토부는 우선 전날 기자간담회서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10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이 계속 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3일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까지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콜을 담당하는 기관은 국토부지만 환경부의 협조를 받으면 1~2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며 "디젤게이트 이후 환경부가 EGR과 같은 문제에 대해선 노하우(Know-how)가 많아 여러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당국은 부처 간 협업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부처 간 칸막이가 조속한 원인 규명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토부와 환경부의 역할이 서로 달라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라고 덧붙였다.
BMW가 이날 제출하는 기술검토자료에 얼마만큼의 내용이 담겼을지 여부와 공개범위도 관심사다.
통상 자동차업계는 기업 정보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자료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전날 국토부도 "영업 비밀과 기업 정보 보호 등 문제가 있어 일단 내용을 보고 (공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루에 한 대씩 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그저 BMW 측의 자료와 국토부 조사단의 입만 보고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