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에 항의하며 대법원 청사 일부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사법농단 사태로 대법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옛 통진당 당원 8명은 3일 오전 11시 20분쯤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입구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앞서 '재판악용 여론조작 양승태 구속 촉구 및 사법농단 3적 규탄 기자회견'을 연뒤 김 대법원장의 면담을 시도하다 저지되자, 출입구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양승태 대법원이 뇌물수수로 구속된 판사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선고 일정을 앞당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들은 김 대법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며 면담 일정이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작성한 '최민호 전 판사 관련 대응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사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 판사가 구소기소되자 이석기 전 의원의 선고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문건이 제시한 날짜(2015.1.22)에 이 전 의원 사건의 선고를 했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5월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요청하며 대법원 보안관계자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법원이 재판거래 의혹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항의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30일에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해명을 요구하며 대법원 재판정까지 진입하는 일이 있었다. 대법원 앞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자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앞 집회는 종종 있어 왔지만 최근처럼 지속적으로 진실규명과 규탄 시위가 이어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관련자들이 재판정까지 들어가 항의하는 일은, 그간 대법원의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그만큼 대법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방증"이라면서 "요즘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국민들이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