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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사건/사고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①]
    환자 진료비 20%25까지 수당으로 지급하며 브로커 고용
    요양병원 경쟁 심화 속 입원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 환자 늘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광주전남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요양병원 수가 월등히 많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요양병원이 많은 편이다. 급증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서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요양병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리베이트를 매개로 환자들이 거래되고 과잉진료가 남발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요양병원이 환자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요양병원을 집처럼 여기며 생활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입원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불필요한 지출로 이어지면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요양병원들은 진료비 중 환자부담 20%를 사실상 포기하면서까지 환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환자를 사고파는 요양병원 브로커가 등장해 리베이트를 받고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비밀이 아닐 정도다. 이들은 병원으로부터 치료비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받으며 환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도 불법을 일삼고 있는 요양병원에 대해 단속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에 광주 CBS는 돈벌이에 급급한 요양병원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속 기획보도 <'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을 보도한다.

    첫 번째 순서로 환자를 유치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요양병원 브로커에 대해 고발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계속)


    지난 7월 26일 오후 전남 한 종합병원에 놓인 요양병원 홍보물(사진=박요진 기자)

     

    광주시 북구에 위치한 A 요양병원에는 치매나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암 환자들도 입원해 있다. A 요양병원은 상담과 함께 환자 유치 역할을 하는 브로커 B씨를 고용하고 있다.

    브로커 B씨의 역할 중 하나는 암 수술을 마치고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를 자신의 병원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이들은 종합병원의 병실이나 로비 등을 돌며 물 티슈나 부채, 전단지 등의 홍보물을 나눠준다. 환자나 가족들을 직접 만나 병원을 홍보하기도 한다.

    B씨와 같은 브로커들은 요양병원에 반드시 배치돼야 하는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이들의 근무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정해진 월급을 받고 일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기본급에 수당을 따로 받는 경우로 나눠진다.

    이럴 경우 병원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내는 진료비의 최대 20%를 수당으로 브로커에게 준다. 브로커들은 얼마나 많은 환자를 요양병원에 유치하는지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브로커에게는 '환자=돈'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브로커들이 환자를 유인하는 수단 역시 크게 두 가지다. 환자가 감당해야 할 본인 부담금을 줄여주거나 1~2인실 등의 상급 병실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요양병원 브로커 B씨는 "환자가 병원에 납부하는 진료비가 매달 500만 원이 넘으면 본인 부담금 비율을 줄여줄 수 있다"며 "환자가 원할 경우 추가 비용 없이 상급 병실을 사용하게 해주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브로커들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병원에 입원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7년 12월 폐암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C(68)씨는 브로커들로부터 은밀한 유혹을 받았다.

    C씨는 "수술을 앞두고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요양병원 브로커를 처음 만났다"며 "실비보험 보장 금액이 1억 원인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자 최대 금액까지 결제해줄 경우 용돈까지 챙겨줄 수 있다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가 병원을 옮길 경우 수입이 줄어드는 브로커들 입장에서는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본인 부담금에 생활비 등을 추가로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브로커를 고용한 병원은 환자 유치를 통해 얻는 수익의 일부를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나 생활비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은 상급 병실 보험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해 상급 병실 사용료 대신 비급여 진료를 받았다는 허위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브로커를 고용한 요양병원은 A 병원뿐만이 아니다. 전남 화순과 순천에 위치한 또 다른 요양병원도 브로커를 고용하고 있다. 화순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브로커 D씨는 "환자가 한 달에 700만 원의 진료비를 결제해주면 본인 부담금 전부를 병원에서 해결해 줄 수도 있다"며 "하루에 5만 원씩 내야 하는 상급병실 이용료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양병원 브로커들의 환자 유인 행위는 광주전남지역 요양병원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는 암 환자 상당수가 실손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병원에 내는 진료비가 늘어나더라도 환자에게는 직접적인 부담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요양병원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생긴 결과물이다.

    돈벌이에 급급한 요양병원들이 환자 유치를 위해 공공연하게 브로커까지 고용하면서 굳이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환자 한 명당 한 달 10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료와 많게는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실손 보험금을 노린 브로커와 이들을 불법 고용한 요양병원 때문에 성실하게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금을 납부하는 시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
    누구든지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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